서 론
밍크고래(Balaenoptera acutorostrata)는 수염고래류에 속하는 고래로 전 대양에 분포하며 수염고래류 중에서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Jefferson et al., 2008). 한반도 주변 에서 밍크고래는 국제포경위원회(IWC: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가 상업포경 모라토리움을 발효한 1986년까 지 포획되었었고(Brownell, Jr., 1981;Gong and Hwang, 1984), 이후 밍크고래의 상업적 포경은 전면 금지되었다. 하지만, IWC의 모라토리움에도 불구하고 어구에 의한 밍크고래의 혼획은 최근까지도 매년 70여 마리 발생하고 있다(Lee et al., 2018). 혼획은 고래류의 개체군에 악영향 을 끼치므로(Norman, 2000;Read et al., 2006), 국내외적 으로 밍크고래의 혼획을 저감시킬 수 있는 조치가 요구되 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은 자국의 해양포유류보호법 (MMPA)의 규정을 개정하여 미국에 수입되는 수산물을 어획하는 어구의 해양포유류 혼획 여부에 따른 규제 절차 를 제시하여 해양포유류 혼획 저감 조치 여부를 수산물 무역 제재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Sohn et al., 2016). 따라서, 밍크고래 등 해양포유류의 혼획을 감소시킬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고래류의 혼획을 저감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Leaper and Calderan (2018)은 고래류가 출현하는 해역에서의 어획노력량 제한과 조업금지를 제안하면서 여러 나라의 적용 사례를 소개하였다. 한국도 이러한 어업규제에 대 해 검토가 필요하며, 규제 방안 마련에는 한반도 주변해 역에서 고래류의 분포 특성과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요 인에 대한 정보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한편, Sohn et al. (2012)은 2000-2010년간 국립수산과 학원이 한반도 주변해역에서 수행한 목시조사 결과를 정리하여 밍크고래는 동해 연안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 고 있음을 보였다. 또한, Lee et al. (2017)은 2003-2012 년간 봄철(4-6월) 동해에서 밍크고래 분포와 클로로필 농도 및 기초생산량과의 공간적인 관련성을 살펴보았 고, 밍크고래는 연안용승에 인해 기초생산량이 많은 동 해 남서부 연안에서 상대적으로 자주 관찰되었다고 보 고하였다. 동해 남서부 연안역은 남쪽으로부터 유입한 난류(대마난류와 동한난류)와 북쪽으로 유입한 한류(리 만한류)가 만나는 해역으로 좁은 대륙붕에 따라 극전선 (polar front)이 발달하며 계절변화를 보이는 등 복잡한 수온분포를 보인다(Park et al., 2004).
지금까지 수온의 공간적 변화에 따른 고래류의 공간 적 분포 변화에 대해서는 다수 보고되어왔다(Anderwald et al., 2012;Gannier and Prace, 2006). Gannier and Prace (2006)는 북서 지중해에서 향고래의 분포와 표면 수온 전선와의 관계를 보고하였고, Anderwald et al. (2012)는 스코틀랜드 서부 연안에서 클로로필 농도 외 에 수온이 밍크고래의 공간적 분포에 크게 영향을 미친 다고 보고하였다. 본 연구 해역에서는 전술의 Lee et al. (2017)이 춘계의 밍크고래와 클로로필 농도의 관계 를 고찰하고 있지만, 수온분포와의 관계를 나타낸 연구 는 아직 없다. 따라서 본 연구는 2003년부터 2020년까 지 동해에서 5월에 수행한 10회의 목시조사에서 관찰된 밍크고래의 분포와 위성을 통해 추정된 해수면온도를 비교하여 밍크고래의 분포와 수온과의 관계를 밝히고 자 하였다. 본 연구 해역에서 봄철 고래류 목시조사는 4월에서 6월 간 이루어졌으나, 밍크고래의 목시 관찰은 5월이 가장 많았다. 또한, 본 연구 해역의 표면수온은 3월에 최저값을 보인 이후 급격히 상승하는 등 변화가 심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밍크고래의 목시 관찰 위치와 수온과의 관계를 명확히 살펴보기 위하여 5월 조사 자료 에 초점을 맞춰 분석을 수행하였다.
재료 및 방법
고래류 선박목시관찰 데이터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2003-2020년간 동해 안에서 봄철(5월)에 시험조사선 탐구3호(360 G/T)를 이 용한 고래류 목시조사를 총 10회 수행하였다(Table 1).
위성표층수온 데이터
조사해역의 표층수온을 파악하기 위해 NASA의 Ocean Color Web에서 공개되고 있는 Aqua위성의 해색 센서 Moderate Resolution Imaging Spectrometer (MODIS) 의 표층수온 데이터를 이용하였다(https://oceancolor.gsfc. nasa.gov/). 수집된 자료는 장파적외선을 이용한 낮 표층 수온 데이터이며, 처리 수준과 공간해상도는 각각 Level 3과 4 km이다. 이 센서는 2002년의 7월부터 운용이 시작 되었고, 데이터 해석에는 2003년부터 자료를 사용하였다. 전체적인 공간분포 작성에는 33-39°N, 128-132°E의의 해 역을 잘라내서 월평균 데이터를 이용했다. 또 표층수온 과 관찰빈도와의 관계를 알아내기 위해서 목시조사일을 포함한 8일간 평균데이터를 이용하고, 관찰지점에 해당 하는 화소의 데이터를 추출하였다.
결 과
동해 남서해역 위성표층수온 분포의 연간 변동
위성 표층수온영상을 Fig. 1에 나타냈다. 조사해역에 는 대한해협에서 대마난류 기원인 난류가 유입되고 있 으며, 동시에 북쪽에서 북한한류가 남하하고 있어 표층 수온은 현저한 남북차를 보였다. 2003, 2005, 2006, 2007, 2010년에 표층수온은 약 12-18°C 범위이며, 17°C 의 등온선은 36°N를 넘어서지 않았다. 또한 북한한류의 영향이라고 생각되는 14°C 이하의 찬물이 36°N 이북의 연안해역을 덮었다. 2009, 2012, 2015, 2016, 2020년의 경우에는 남쪽으로부터 난류가 광범위하게 퍼졌고, 표층 수온 범위는 14-19°C이며, 17°C 등온선은 38°N 부근까 지 북상하였다. 특히 2016년에는 19°C 등온선도 36°N 부근까지 북상하였고, 조사해역 전체가 고온화 되었다.
분석기간 중 동해안 연안해역에는 연안용승으로 보이 는 냉수역이 관찰되었다. 용승해역 내 수온은 해마다 크게 달랐고, 위성으로 관찰된 최저와 최고 수온은 각각 2006년에 11°C와 2016년에 17°C이었다. 전반적으로 용 승해역 바깥과 수온차가 1-2°C 밖에 차이가 없는 소규모 용승이 많았지만, 2005년에는 38°N 이북, 2006년에는 37-38°N의 연안 100 km까지 확장된 수온 12°C 이하의 비교적 규모가 큰 수괴도 관찰되었다(Fig. 1).
또한, 동해 연안해역(35-38°N, 129-131°E)에서 수온 편차의 연 변동을 Fig. 2에 나타냈다. 수온편차는 2006 년에 -1.75°C로 가장 낮았고, 2016년에 1.50°C로 가장 높았다. 분석기간 동안 수온은 1.67°C 상승했다.
밍크고래의 관찰위치와 위성표층수온과의 관계
5월 목시 관찰된 밍크고래의 위치는 연도별로 크게 변화하였다(Fig. 1). 또한 관찰된 밍크고래의 마릿수는 5월 조사일수가 20일 미만이었던 2012, 2015, 2016년을 제외하며 10마리 이상이었다. 단, 2020년에는 5월 조사 일수가 13일임에도 불구하고 관찰된 마릿수는 17마리 였다. 상대적으로 목시 관찰된 마리수가 많았던 2005년, 2006년, 2007년, 2009년을 보면, 밍크고래는 36-38.5°N 의 연안해역에서 다수 관찰되었다. 한편, 2010년, 2016 년, 2020년에는 연안해역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2010년에는 36.5°N, 130.5°E 를 중심으로 한 울릉해분 주변해역에서, 2016년과 2020년에는 더욱 외해 쪽 (38°N 이북, 131°E 이동)에서 발견되었다.
Fig. 3에 5월에 목시 관찰된 밍크고래의 마리수를 8일 간 평균 표층수온대별로 나타냈다. 목시조사 기간 중 표층수온이 13-16°C 범위에서 밍크고래의 85.7%가 관 찰되었고, 11°C 미만과 18°C를 초과한 수온대에서는 밍 크고래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Fig. 3의 목시 관찰된 밍크고래의 마릿수는 각 수온구간별 중앙값과 95% 신뢰수준에서 유의한 2차 함수 관계를 보였다(R 2 = 0.691, p<0.05).
고 찰
동해 남서부해역은 다른 해역에 비해 기초생산력이 높은 해역이다(Yamada et al., 2005;Yoo and Park, 2009). Yamada et al. (2005)는 해색센서 Sea-viewing Wide Field-of-view Sensor (SeaWiFS) 데이터를 분석하 여 동해 남서부해역의 연간 기초생산량은 222 gC m -2 yr -1 라고 보고하였다. 동해 남서부해역에서 봄철 플랑크톤 의 spring bloom은 3월경부터 시작되어 4월에 피크에 다다랐다가 5월경 종식되지만, 연안해역에서의 높은 클 로로필a 농도는 6월까지 지속된다(Yamada et al., 2004). 또한, Song and Zhang (2014)에 의하면 동해안에서 혼획 된 밍크고래의 위내용물 중 난바다곤쟁이(Euphausia pacifica)가 70%를 차지하였고, 다음으로 멸치(Engraulis japonicus)가 11%를 차지하였다. 따라서 동해 남서부해 역에서 spring bloom의 정점이 지난 5월에는 먹이생물 인 일차포식자가 증가하여 밍크고래의 적합한 섭이환경 이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 연구 결과에서는 밍크고래가 동해안의 36-38°N에서 다수 관측되었다. 이 는 Lee et al. (2017)이 언급한 동해 남서부해역 내에서도 특히 높은 기초생산력을 보이는 연안용승역에서 밍크고 래에게 좋은 먹이환경이 조성되었을 것이라는 내용을 뒷받침한다.
본 연구는 지난 약 20년간 동해에서 5월에 목시 관찰 된 밍크고래의 분포와 위성표층수온 이미지로부터 관찰 된 수온과의 관계를 분석하였고, 이를 통해 5월 동해에 서 밍크고래의 서식 적수온대는 13-16°C임을 밝혔다 (Fig. 3). 2012년 이후 관찰일 수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 에 관찰된 마릿수만으로 자원량을 직접적으로 평가가 곤란 할 수 있지만, 관찰위치의 수온정보부터 확인한 적수온을 이용해서 밍크고래의 분포가능해역을 추정 할 수 있다. 분석 기간 중 관찰된 연안용승의 대부분은 주변 과의 수온차가 작고 공간적 규모도 작았지만, 2005년과 2006년에는 비교적 규모가 큰 연안용승이 관찰되었다 (Fig. 1). 하지만, 2006년에는 용승해역 내에서 목시조사 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밍크고래는 발견되지 않았 다. 이 시기에 용승해역 내 수온은 11°C까지 낮았다. 5월에 밍크고래가 주로 발견되는 수온대는 13-16°C이 었던 것을 고려하면(Fig. 3), 기초생산력이 높은 용승해 역일지라도 매우 낮은 수온으로 인해 밍크고래가 회피 했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2016년과 2020년의 경우, 동해안 37°N 이남이 해역의 수온은 17°C 이상으로 높았 고, 밍크고래는 38°N 이북의 수심 1,000 m을 넘는 외해에 서 발견되었다. 이 또한 밍크고래는 16°C 이상의 고수온 대로 인해 38°N 이북에 주로 분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기상청의 보고에 위하면, 이 1세기 동안의 일본 근해의 수온상승은 평균 +1.19°C으로 복태평양 전체에 비해서 약 2배 빨랐다(JMA, 2021). 게다가 본 연구 결과 에서 보인 동해 남서부의 연안해역은 최근 약 20년간에 수온이 1.67°C 상승했다. 이는 동해 남서부에서 지구온 난화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밍크고래는 봄철에 동해 연안을 통해 북상하여 동해 북 부에서 여름을 지낸다(Gong, 1988). 따라서 이 해역의 급격한 수온상승은 밍크고래의 이동 경로를 변화시키 고, 북상 시기를 앞당기게 할 가능성이 있다. 위성으로부 터 추정된 동해의 기초생산력은 전역적으로 하계에는 저하되므로(Yamada et al., 2005), 밍크고래가 생물생산 의 “핫스팟”인 한국 동해안의 용승해역에서, 북상 전에 5월의 섭이 기회를 놓치는 것은, 밍크고래의 성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Yamada et al. (2004)가 언급했듯이 동해안 용승해역의 spring bloom 은 한 달 정도 타이밍이 전후할 가능성은 있다. 수온 상승 에 의해 수온약층의 발달이 빨라지고, spring bloom의 타이밍이 빨라진다면, 섭이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니 고, 섭이 시기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것을 밝히기 위해서는 spring bloom 기간을 통해서 수온 상승이나 기초생산력의 변화를 상세하게 해석하고, 본 연구에서 는 제외한 4월이나 6월의 밍크고래의 목시 관찰 데이터 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온상승에 의해 동해로 이동하는 밍크고래 수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도 생각된다. 향후 연구 해역을 넓혀 밍크고래가 동해로 이동하기 이전에 통과하는 해역의 수온변동도 검토 할 필요가 있다.
결 론
2003-2020년간 동해에서 5월에 국립수산과학원 시험 조사선을 이용하여 목시 관찰된 밍크고래의 발견위치와 위성해면수온과의 관계를 해석하였다. 동해안에서 대부 분의 밍크고래는 연안용승에 의해 기초생산력이 높은 36-38.5°N 해역에서 관찰되었다. 하지만, 수온 11°C의 연안용승이 크게 발달했던 2006년에는 연안용승해역에 서 밍크고래는 관찰되지 않았다. 또한, 17°C 이상의 고 수온수가 동해 남서부 해역을 넓게 차지했던 2016년과 2020년에 밍크고래는 동해 연안역에서 관찰되지 않았 고 수심 1,000 m를 넘는 근해에서 발견되었다. 5월에 동해안에서 목시 관찰된 밍크고래의 87.5%가 13-16°C 수온범위에서 발견되었고, 이로부터 동해안에서 5월 밍 크고래의 서식 적수온대는 13-16°C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