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어류의 시각은 일주기 행동, 먹이 포획, 군집 형성및 적으로부터의 회피 등의 다양한 활동에 활용되고있을 뿐만 아니라 어구에 대한 반응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며, 각종 어업의 어획과정에서도 시각효과는 어획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집어등을 이용한 어업으로, 어류의 시각자극에 대한 반응을 기초로 하여 그 집어등의 세기와 빈도를 결정할수 있다. 집어등은 채낚기, 들망, 봉수망, 선망 어업 등 다양한 어업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 중 우리나라에서는 오징어와 갈치를 대상으로 하는 채낚기 어업의 어선세력이 가장 크고, 집어등도 비교적 큰 광력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사용 중인 메탈할라이드등은 수은 등의 유해한 환경 물질을 발생시키고, 소비 전력이 크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친환경적이고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집어등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집어 시스템에 적합한 광원으로 내구성이 길고, 필요한 파장만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LED(Light Emitting Diode)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일본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LED 집어등의 방사 및 수중투과특성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집어등 개발과 어획효과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Inada, 1988; Bae et al., 2009). 이러한 빛과 같은 외부적인 자극에 대한 수산생물의 망막세포를 통한 연구와 LED 파장별 어류의 유집효과 및 유집행동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도 최근까지 많이 수행되었다 (Horodysky etal., 2008; Matsumoto et al., 2010, 2012). 이와 같이 많은 연구자들은 어류의 시각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를통하여 어업에 응용하려고 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LED 광 자극에 대한 어류의 시각 반응을 조사하기 위한 기초적인 연구로서, 해수어 대신 취급하기 쉬운 담수어 니그로 (Cichlasoma nigrofasciatum)를 대상으로 심전도 ECG: electrocardiogram)를 측정하여 그 데이터로부터 명암각의 시각역치 (visualthreshold)를 분석하였다.
재료 및 방법
실험어
이 연구는 부경대학교 해양생산학 실험실에서 키운담수어인 니그로를 대상으로 하였다. 2개 순환여과식 유리수조 (L90×W56×H61 cm)에 분산하여 사육하였고, 수온은 침수형 티타늄 히터 (2 kW)를 이용하여23±1℃로 유지시켰다. 실험에 사용한 니그로는 성어이었으며, 그 전장범위는 8.9~12.4 cm로 평균 10.94 cm이었고 체중범위는 15.62~45.49 g으로 평균 32.28 g이었다. 실험 완료 전에 죽거나 실패한 실험어에 대한 자료는 모두 제외시켰고, 시각역치 측정에 성공한 5마리에대한 자료만을 정리하였다.
실험수조
실험수조는 투명 아크릴로 된 소형수조 (L30×W15×H20 cm)를 사용하였고, 그 두께는 0.5 cm이었다. 실험동안의 수온 변화와 산소 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사육수조로부터 실험수조에 얇은 호스 (ϕ 0.6 cm)를 연결하여 중력에 의해 실험수조로 물이 계속 흘러 들어가도록 조치하였고, 실험수조에는 상부에 작은 구멍을 뚫어 물을 내보내며 순환시켰다. 실험어를 실험수조에 옮긴 후에는 2시간 이상의 적응시간을 주었으며, 안정된 심전도를 얻기 위하여 주위의 환경 소음이 조용한 때에 실험을 행하였다.
ECG 측정
실험어를 수산용 어류 마취제 (MS-222)를 희석한 마취액 속에서 약 5분간 마취시킨 후 전극을 삽입하였다. 심전도를 측정하는 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패치형 전극은 어류의 심전도를 측정하기에는 부적합하여, 근전도 (EMG: electromyogram)를 측정할 때 주로 사용되는 바늘형 전극 (L25× ϕ 0.3 mm)을 사용하였다. 전극 삽입은 심장 기전력의 영향이 미치는 배지느러미와 아가미 사이에 하였고, 배쪽에서 보았을 때 우측에 플러스 (+), 좌측에 마이너스 (‑)전극을 각각 나란히 삽입하였다(Fig. 1). 그라운드 (0)는 물속에 잠길 수 있도록 실험수조의 벽에 고정하였다. 가능한 한 바늘을 끝까지 삽입하여 전극이 물에 닿지 않도록 하였으며, 바늘과 전극을 잇는 부분은 에폭시를 입혀 방수 처리하였다. 심전도를 측정하는 동안 실험어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바늘의 탈락을 방지하기 위하여 수조 안에 투명 아크릴판을 설치하여 실험어를 실험수조 내에서 움직일 수 없도록 고정하였다. 실험어에 전극 삽입 이후 암실에서 1시간 정도 안정시간을 주었으며, 정상적인 ECG 파형을 확인한 후 학습을 시작하였다. ECG 신호는 bioelectric amplifier (P400, PhysioLab, Korea)로 10³배 증폭하여 oscilloscope (TDS 3054, Tektronix, Korea)와 개인용 컴퓨터로 동시에 전송하였다. 먼저 oscilloscope에 나타나는 ECG 파형이 정상인지 확인 후에 개인용 컴퓨터에 저장하였다. 저장된 ECG 데이터는 IDAQ400 프로그램(Physiolab Co., Korea)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광원으로 평판형 백색 LED 램프 (L17×W9.5 cm)를 사용하였고, 실험어의 앞 방향에 설치하였다. LED 램프와 실험수조를 암막 커튼으로 덮어 씌워 외부의 빛을 완전히 차단하였고, 이 때 측정한 실험수조 내부의 조도 값은 0.0 lux이었다. 광원의 밝기는 광원에 공급되는 전류를 제어함으로써 조절하였고, 전원은 직류-전력공급기 (DC power supply, GP-430TP, LG recision co., Ltd., Korea)를 사용하여 공급하였다. 전류는 저항의 크기가 다른 6개의 고정 저항을 연결하여 제어하였다. 실험수조 내에서 1~6단계의 광 밝기를 수중조도계로 측정한 값은 Table. 1과 같다. 광의 밝기는 1단계에서 가장 밝고, 6단계로 갈수록 낮아지도록 하였으며, 실험수조의 중간지점, 즉 광원으로부터 20 cm 떨어진 지점에서 측정한 광의 밝기를 결과 값에 사용하였다.
시각학습
실험어가 광 자극을 인지하였을 때 변화하는 ECG 파형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하다. 광 자극과 동시에 전기 자극도 함께 주는 학습을 통해서, 전기 자극 없이 광 자극만 주었을 때에도 학습 때와 비슷한 ECG 파형 변화를 나타내도록 하는 것이다. 학습을 위한 전극은 실험어의 머리 부근에 (-)전극, 꼬리 부근에 (+)전극을 배치하였고, 실험수조의 벽에 고정시켜 물에 잠기게 하였다. 인가한 전기 전압은 충분히 전기 자극을 감지할 수 있는 7 V의 직류 전압이었다. 실험어가 안정된 심박 간격을 보일 때 1단계 밝기 (226.4 lux)로 LED 램프를 점등한 후 약 3초 뒤 전기 충격을 약 0.5초 동안 주었다. 빛을 점등할 경우 반드시 전기 충격이 온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5회의 반복학습을 통하여 광 자극이 인가되었을 때 전기 자극 없이도 약 3초 후에 ECG 파형의 변화가 나타날 경우 학습이 완료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매회 ECG 파형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진 후 반복 학습을 실시하였고, 실험 도중 학습효과가 떨어졌다고 판단될 시에는 3회 이상의 학습을 다시 실시하였다. 조건 학습이 완료되었다고 판단되는 실험어를 대상으로 각 단계별 밝기에 대한 인지 여부를 조사하였다.
시각 (명암각)역치
생물의 감각 기관이 감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역치 (threshold)라고 한다. 이 실험에서는 빛을 인가하였을 때 최소한의 심박수의 변화를 일으키는 광의 밝기를 시각역치로 하였다. 빛을 인가한 직후의 심박수가 평상시의 평균 심박수와 비교하여 그 차이가 1 미만일 때에는 빛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결 과
이 실험에서 측정한 니그로의 ECG 파형에서 뚜렷한 QRS파 (Q, R 및 S파가 합성된 파형)가 나타났다. QRS파의 평균 전압은 0.1 V이었으며, 심박수를 카운트하는 지표로서 사용되었다. ECG 파형은 간격이 일정한 규칙적인 심박동을 나타내었다. 전기 충격을 인가하기 전과후의 ECG 파형의 한 예는 Fig. 3과 같다. 그 결과, 평상시의 심박수는 15~16회 정도이었으나 (Fig. 3 (a)), 전기충격 직후에는 심박수가 5~6회 정도로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Fig. 3 (b)). 이러한 변화는 실험한 모든 니그로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초기 실험에서 니그로 3마리 (fish_A, fish_B, fish_C)에 대하여, 자극 광의 밝기에 따른 심박수 (beats/10s)변화는 Fig. 4와 같다. 평상시 (0 lux)에서 실험어 3마리의 평균 심박수는 각각 9.6, 8.7, 7.9 beats/10s이었다. 1단계의 광 밝기이며, 학습용으로 사용하였던 226.4 lux를인가한 직후에는 3마리 모두 심박수가 각각 7.1, 7.1,6.5 beats/10s로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하지만 자극 광의 밝기가 훨씬 낮은 0.05 lux를 인가하였을 경우에는, 각 개체어 모두 10초당 1회 미만의 심박수 변화를 보였다.3회의 재학습을 실시한 후에도 0.05 lux의 자극 광에대해서는 심박 간격이 거의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니그로는 0.05 lux의 빛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226.4~0.05 lux 사이에 2.59, 0.13 lux의 광 밝기를 추가하여, 니그로 2마리 (fish_D, fish_E)에 대해서 추가적인 실험을 실시하였다. 추가 실험한 2마리에 대하여, 자극광의 밝기에 따른 심박수 (beats/10s)의 변화는 Fig. 5와같다. 평상시 (0 lux)에서 평균 심박수는 각각 13.1, 12.5beats/10s이었으며, 이전 실험과 동일하게 학습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학습 후 2.59 lux의 광 자극을 인가하였을경우에는, 심박수가 각각 11, 9.8 beats/10s로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하지만 그보다 낮은 밝기인 0.13 lux를 인가 하였을 경우에는, 심박수가 각각 13, 12 beats/10s로서, 개체어 모두 1회 미만의 심박수 변화를 보였다. 3회의 재학습을 실시한 후에도 0.13 lux의 자극 광에 대해서는심박 간격이 거의 벌어지지 않았으며, 니그로는 0.13lux의 빛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실험에서 니그로의 명암각 시각역치는 최소한의 심박수의 변화를 일으킨 2.59 lux이었다
니그로의 체중에 따른 평상시, 및 전기 충격 직후 감소한 심박수를 비교한 결과는 Fig. 6과 같다. 니그로 (n=5)의 평상시 평균 심박수는 10.36 beats/10s이었으며, 체중이 증가함에 따라 심박수는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내었다(Spearman's rho correlation, n=5, p<0.05). 전기 충격직후 감소한 심박수 (평상시 심박수-전기 충격 직후 심박수)를 비교한 결과, 평균 심박수가 높을수록, 즉 체중이 낮을수록 감소하는 크기도 큰 경향을 나타내었다
고 찰
David et al. (2006)과 Paul et al. (2007)은 어류를 물 로부터 분리된 상태에서 ECG 를 측정한 반면, 이 연구에서는 어류가 물 속에 있는 상태에서 ECG 를 측정하였다. 기록 전극이 물과 접촉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극 삽입 후 전극이 살짝 노출될 수 있는 있는 부분에 에폭시 (epoxy)를 입혀 방수 처리하였다. 선명하고 안정적인 심전도 파형을 측정하기 위해서 바늘 전극을 심장 가까이에 삽입하였으나, 실험어가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죽거나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빈번했다.또한 전극을 아가미 쪽으로 너무 깊이 넣어 심전도가 매우 불안정하게 변하거나, 심장 기전력의 영향이 낮은 부위에 전극을 삽입하여 정확한 심박수를 확인하기가힘든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 니그로의 명암각 시각역치 값은 2.59 lux로 판단되었다. 하지만 Russel et al. (2007)이 송어 4종류에 대해서 암순응시 시감도를 조사한 결과, 최대 시각역치가 0.005 또는 0.01 lux임을 보고하였다. 학습과 ECG 분석을 통하여 시각역치를 조사하는 것은 어류의 망막에 직접 전극을 접촉시켜 ERG (망막전위도)를 측정하는 방법보다는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된다. 또한 이 실험에서는 6단계의 광 밝기에 대해서만 시각역치를 조사하였다. 바다 속에서는 특정한 조도의 빛을 주더라도 층에 따라서, 또는 물의 탁도에 따라서 굴절되고 분산되어 다양한 조도 값으로 물고기들에게 전달되므로, 더 다양한 값의 조도에 대해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관상어의 정확한 시각역치를 조사하기 위해, 이후의 연구에서 ERG를 측정하여 금붕어 (Carassius auratus)의 시각역치를 조사하였다. ERG는 망막의 기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으로 현재 널리 이용되고있으며, 수산 분야에서는 어류의 생태 또는 행동과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에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Horodysky et al., 2008; Matsumoto et al., 2010,2012). 일반적으로 ERG 파형에서 b파의 진폭이 시감도의 지표로서 주로 사용되어진다. LED 자극 광의 밝기에 따른 금붕어의 b파 진폭 변화는 Fig. 7과 같다. 실험어 5마리 모두 자극 광의 밝기가 0.01, 0.03, 0.11, 0.59 lux로 증가함에 따라 b파의 진폭도 각각 0.27, 0.77, 1.74, 2.56μV로 증가하였다. 0.01 lux보다 낮은 광 밝기에서는 b파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시각역치를 결정하는 b파의 최소 진폭은 금붕어 개체에 따라 차이를 보였으나, 그때의 광 강도의 값은 0.01 lux로 동일하였다.
이 연구는 대상 어류가 관상어라는 점, 세밀한 광 밝기에 대해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전극 삽입으로 인한 어류의 시각능력 저하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지지만 기존에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ECG 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어류의 빛 인지능력을 조사한 것에 의의를 가진다. 이 연구를 기초로 하여, 적절한 방법으로 향후 집어등 대상 어종의 시각능력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류의 행동을 관찰하는 등의 더욱 많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결 론
이 연구에서는 백색 LED 광원에 대한 니그로의 심전도 (ECG)를 측정하여 시각역치를 조사하였다. 니그로에 광 자극과 동시에 전기 자극도 함께 주는 학습을 통해서, 전기 자극 없이 광 자극만 주었을 때에도 학습때와 비슷한 ECG 파형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관찰하였고, 이를 통해 시각역치를 조사하였다. 니그로 (n=5)의 평상시 평균 심박수는 10.36 beats/10s이었으며, 체중이증가함에 따라 심박수는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Spearman's rho correlation, n=5, p<0.05). 2.59 lux의광 자극을 인가하였을 경우, 심박수가 평상시보다 현저하게 감소하였지만, 그보다 낮은 밝기인 0.13 lux를 인가하였을 경우에는 심박수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이 실험에서 니그로의 시각역치는 2.59 lux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