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도다리(Pleuronichthys cornutus)는 가자미목(Pleuronectiformes) 가자미과(Pleuronectidae)에 속하는 어류로 수심 100 m 미만의 모래질 또는 펄질의 바닥에 서식하며, 우리나라 전 연안을 비롯하여 일본 홋카이도 이남, 타이완, 중국해 등에 분포한다(Kim et al., 2005). 또한 도다리의 산란기는 가을에서 겨울이며, 산란기 동안에 2회 이상 산란하는 다회산란종이다(Nam, 2013).
2004년부터 2023년까지의 우리나라 가자미류 어획량 자료를 살펴보면, 남해에서의 가자미류 어획량은 우리나라 전체 가자미류 어획량의 약 5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7년 약 13,700톤의 가자미류가 어획되어 최대 어획량을 보였다(KOSIS, 2024). 이후 서서히 감소하여 2017년에 약 7,100톤이 어획되었으나, 최근 5년간의 평균 어획량은 약 10,300톤으로 서서히 회복되는 추세를 보였다. 도다리의 어획량은 통계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어획량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국내에서 상업적 가치가 높은 수산자원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자원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Hwang and Kwon, 2009).
어류의 식성 연구는 해양 생태계 내에서 대상 어종의 생태적 지위와 먹이 사슬 관계를 파악하여 생태계 기반 자원관리 및 평가에 대한 생태학적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Jin et al., 2022). 도다리의 식성에 관한 국외 선행연구로는 저서성 어류의 식성에 관한 종간 관계 연구(Hatanaka et al., 1954), 점넙치(Pseudorhombus pentophthalmus)와 도다리 자어의 분포와 식성(Kuwahara and Suzuki, 1983), 중국 발해만에 서식하는 저서성 어류 자어의 생활사 주기(Shuozeng, 1995a)와 성체의 먹이 활용도(Shuozeng, 1995b) 등이 있고, 국내 선행연구로는 통영 주변 해역에 서식하는 문치가자미(Pseudopleuronectes yokohamae)와 도다리의 전반적인 생물학적 특성에 대한 연구가 있다(Nam, 2013). 이와 같이 도다리의 식성에 대하여 국내·외로 비교적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지만 대부분 도다리의 식성에 대한 단편적 결과에 대해 언급하고 있을 뿐이며, 가장 최근 이루어진 연구는 약 10년 전에 이루어진 연구이기 때문에 도다리의 식성에 관한 데이터의 최신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전지구의 평균 해면 수온은 꾸준한 상승률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 주변 해역 또한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남해는 기후 및 환경 변화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이다(Ju and Kim, 2013;OCPC, 2023).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등에 의한 생물의 서식 환경 변화는 개체군 내에 영향을 주어 도다리의 섭식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대상 어종의 자원 상태 파악 및 관리를 위하여 추가적인 생태학적 연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의 목적은 우리나라 남해에 출현하는 도다리를 대상으로 1) 위내용물 조성, 2) 크기군별 먹이생물 조성의 변화, 3) 계절별 먹이생물 조성의 변화를 파악하여 도다리에 대한 기초생태학적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재료 및 방법
이번 연구에 사용된 도다리는 2022년(2월, 4월, 5월, 8월, 11월)과 2023년(1월, 2월, 4월, 7월, 10월)에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과학 조사선 탐구 21호, 22호, 23호의 저층트롤어구(Bottom trawl net)를 이용하여 남해의 98, 99, 104, 105, 110, 212, 213, 214, 222, 223, 242, 252 해구에서 채집되었다(Fig. 1). 채집된 시료의 전장(Total length)은 0.1 cm, 습중량(Wet weight)은 1.0 g 단위까지 측정하였고, 각 개체별로 위를 적출하여 10% 중성 포르말린에 고정하였다.
위내용물은 해부현미경을 이용해 가능한 종(Species) 수준까지 분류하였으며, 소화의 진행으로 동정이 어려울 경우, 과(Family) 수준으로 동정하였다. 먹이생물은 종류별로 개체수를 계수하였고, 습중량을 0.0001 g 단위까지 측정하였다. 위내용물 분석 결과는 각 먹이생물에 대한 출현 빈도(%F), 개체수비(%N), 습중량비(%W)로 나타내었다.
여기서, Ai는 위내용물 중 해당 먹이생물이 출현한 도다리의 개체수이고, N은 먹이를 섭식한 도다리의 총 개체수, Ni (Wi)는 해당하는 먹이생물의 개체수(습중량)이며, Ntotal (Wtotal)은 전체 먹이생물의 개체수(습중량)이다. 섭식된 먹이생물의 상대중요도지수(Index of relative importance, IRI)는 다음의 식을 이용하여 구하였다 (Pinkas et al., 1971).
상대중요도지수는 백분율로 환산하여 상대중요도지수비(%IRI)로 나타내었다.
계절별 먹이생물 조성을 알아보기 위해 봄(3-5월; n=32), 여름(6-8월; n=19), 가을(9-11월; n=21), 겨울(12-2월; n=28)로 구분하여 각 분류군의 상대중요도지수를 통해 먹이생물의 조성을 분석하였으며, 크기군에 따른 먹이생물 조성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먹이생물의 변화가 관찰된 전장과 모집단을 비교할 수 있는 개체수를 고려하여 3개의 크기군(<20.0 cm, n=23; 20.0-25.0 cm, n=49; ≥25.0 cm, n=28)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또한 크기군별 먹이섭식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크기군별 개체당 평균 먹이생물 개체수(Mean number of preys per stomach, mN/ST)와 개체당 평균 먹이생물 중량(Mean weight of preys per stomach, mW/ST)을 구하였고, 상기 분석 과정은 일원배치 분산분석(One-way ANOVA, Microsoft excel 365)을 이용하여 유의성을 검정하였다.
결 과
위내용물 조성
이번 연구에서 채집된 도다리 207개체 중 공복인 개체는 107개체로 51.7%의 공복률을 나타내었다. 먹이를 섭식한 도다리 100개체의 위내용물을 분석한 결과(Table 1), 도다리의 주요 먹이생물은 50.0%의 출현빈도, 26.5%의 개체수비, 35.3%의 습중량비를 나타내어 55.5%의 상대 중요도지수비를 차지한 갯지렁이류(Polychaeta)였다. 두 번째로 중요한 먹이생물은 24.0%의 출현빈도와 48.5%의 개체수비, 1.0%의 습중량비를 나타내어 21.3%의 상대중 요도지수비를 차지한 단각류(Amphipoda)였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먹이생물은 해삼류(Holothuroidea)와 산호충류 (Anthozoa)로, 각각 10.8%와 7.1%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나타내었다. 그 외에 복족류(Gastropoda), 새우류(Macrura), 어류(Pisces) 등이 출현하였으나 상대중요도 지수비는 각각 5.0% 이하로 비교적 낮은 비율을 보였다.
크기군별 먹이생물 조성
상대중요도지수비를 이용하여 도다리의 크기군별 먹이생물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Fig. 2), <20.0 cm, 20.0-25.0 cm, ≥25.0 cm의 3개의 크기군으로 구분되었다. 가장 작은 크기군인 <20.0 cm 크기군에서는 갯지렁이류가 57.3%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보여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으며, 그 다음은 단각류가 34.1%의 비율을 나타내었다. 그 외에 복족류, 해삼류 등도 섭식하였으나 그 비율이 각각 6.2% 이하로 비교적 높지 않았다. 20.0-25.0 cm 크기군에서는 갯지렁이류의 비율이 62.3% 로 증가하였고, 단각류의 비율이 19.5%로 감소하였다. 또한, <20.0 cm 크기군에서는 출현하지 않았던 산호충류가 출현하여 9.0%를 차지하였다. 그 외에는 복족류, 해삼류 등이 각각 4.6% 이하의 비율을 나타내었다. ≥ 25.0 cm 크기군에서는 갯지렁이류가 55.0%를 차지하여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해삼류가 23.3%를 차지하여 이전 크기군에 비해 대폭 증가하였다. 따라서, 도다리는 모든 크기군에서 갯지렁이류를 주로 섭식하였으며, 성장함에 따라 갯지렁이류의 섭식비율은 증가하였다가 감소하였고, 단각류와 복족류의 섭식비율은 감소하는 반면 해삼류와 산호충류의 섭식비율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성장에 따른 크기군별 개체당 평균 먹이생물 개체수와 중량에 유의한 변화가 있는지 알아본 결과(Fig. 3), 도다리의 개체당 평균 먹이생물 개체수는 <20.0 cm 크기군에서 3.88개체, 20.0-25.0 cm 크기군에서 1.98개체, ≥25.0 cm 크기군에서 1.57개체로 나타났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F=3.066, P> 0.05). 개체당 평균 먹이생물 중량은 <20.0 cm 크기군에서 0.27 g, 20.0-25.0 cm 크기군에서 0.59 g, ≥25.0 cm 크기군에서 1.60 g으로 나타났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F=3.066, P<0.05).
계절별 먹이생물 조성
계절별 먹이생물 조성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Fig. 4), 도다리는 모든 계절에 갯지렁이류를 섭식하였으나 계절에 따라 섭식 비율의 차이가 관찰되었다. 봄철에는 갯지렁이류가 85.4%의 비율을 보였고, 산호충류가 13.9%를 차지하여 연중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다. 여름철에는 갯지렁이류가 7.3%로 대폭 감소하여 연중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고, 복족류와 단각류가 출현하여 각각 56.4%와 35.8%를 보여 연중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다. 가을철에는 갯지렁이의 비율이 71.7%로 다시 증가하였고, 단각류와 복족류의 비율이 각각 19.6%와 1.2% 를 보여 감소하였다. 겨울철에는 해삼류가 59.8%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고, 갯지렁이가 30.2%의 비율을 나타내었다. 그 외에 산호충류와 단각류 등이 나타났으나 그 비율이 각각 7.1% 이하로 비교적 높지 않았다.
고 찰
이번 연구 결과 도다리의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은 갯지렁이류였으며, 그 다음으로 중요한 먹이생물은 단각류였다(Table 2). Nam (2013)에 의해 연구된 통영 주변 해역에 서식하는 도다리의 주 먹이생물 또한 갯지렁이류와 단각류가 중요한 먹이생물로 나타나 이번 연구와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Yamada et al. (2007)에 의하면 일본 연안에 서식하는 가자미과 어류들은 식성에 따라 크게 갑각류(Crustacea)를 선호하는 그룹, 갯지렁이류를 선호하는 그룹, 거미불가사리류(Ophiuroidea)를 선호하는 그룹으로 구분되며, 도다리는 갯지렁이류를 선호하는 그룹에 속한다고 보고하였는데, 이번 연구에서 도다리는 갯지렁이류와 단각류를 주로 섭식하고 그 외에 해삼류, 산호충류, 복족류 등의 저서성 생물을 섭식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따라서 도다리는 갯지렁이류와 단각류를 주 먹이생물로 하는 저서 육식성 어류임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도다리는 모든 크기군에서 갯지렁이류를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로 섭식하였다. 큰 크기군으로 갈수록 단각류의 상대중요도지수비는 다소 감소하고, 산호충류와 해삼류의 상대중요도지수비가 다소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뚜렷한 먹이전환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통영 주변 해역에 서식하는 도다리는 갯지렁이류와 단각류에서 점차 산호충류로 한 차례의 먹이전환이 일어났다고 보고되었다(Nam, 2013). Nam (2013)의 연구에서 도다리는 표준 체장 15.0-17.0 cm의 크기군을 기준으로 점차 산호충류의 습중량비가 증가하였으며, 단각류와 갯지렁이류의 습중량비가 감소하였고, 21.0 cm 이상의 크기군에서 산호충류가 가장 우점하였다. 이를 보면 도다리는 20.0 cm 미만의 전장에서 먹이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에서 채집된 도다리의 전장 범위는 14.1-33.9 cm로, 14.1 cm 미만의 도다리는 어획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다리의 전반적인 식성을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선행연구를 살펴본 결과(Table 3), 와카사만에서 채집된 체장 4.5-8.2 mm의 도다리 자어는 미충류(Urochordata)와 단각류를 주로 섭식하였고, 발해만에 서식하는 체장 4.3-10.6 cm의 도다리는 연체동물류(Mollusca)와 갑각류를 주로 섭식하였다(Kuwahara and Suzuki, 1983;Shuozeng, 1995a). 따라서 14.1 cm 미만 크기의 도다리에서 소형 갑각류, 연체동물류, 미충류에서 갯지렁이류로의 1차 먹이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추측되지만,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14.1 cm 미만 개체들의 식성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도다리의 성장에 따른 개체당 평균 먹이생물의 개체 수와 중량을 살펴보면, 평균 먹이생물의 개체수는 감소 하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고, 평균 먹이 생물의 중량은 증가하였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일반적으로 어류는 성장함에 따라 효율적인 에너지 섭취를 위하여 작은 크기의 먹이생물에서 큰 크기의 먹이 생물로 크기를 변화시키며, 작은 개체를 여러 번 섭식하는 것보다 한 번에 큰 개체를 섭식하는 경향을 보인다(Cha et al., 1997;Huh et al., 2006;An et al., 2012). 따라서 도다리는 성장함에 따라 늘어나는 에너지 요구량을 충족하기 위하여 작은 크기의 먹이생물을 많이 섭식하기보다 큰 크기의 먹이생물을 섭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계절별 먹이생물의 조성 변화를 관찰한 결과, 도다리는 모든 계절에서 갯지렁이류를 섭식하였으나 계절마다 섭식 비율의 차이가 관찰되었다. 갯지렁이류는 봄철과 가을철에 가장 우점하였으며, 여름철과 겨울철에는 비교적 낮은 비율을 보였다. 여름철에 가장 우점했던 먹이 생물과 두 번째로 우점한 먹이생물은 각각 복족류와 단각류로, 두 분류군 모두 사계절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다. 여름철에 채집된 도다리는 주로 20.0 cm 이하의 개체들이었는데, 가장 작은 크기군(<20.0 cm)에서 복족류와 단각류의 섭식 비율이 다른 크기군(20.0-25.0 cm, ≥25.0 cm)보다 높았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여름철에 복족류와 단각류의 섭식 비율이 높은 이유는 여름철에 채집된 도다리가 주로 다른 크기군에 비해 복족류와 단각류의 섭식 비율이 높은 20.0 cm 이하의 개체들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겨울철에 가장 우점한 먹이생물은 해삼류였다. 어류는 일반적으로 먹이를 찾기 위한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섭식하기 위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주로 서식 환경에서 출현량이 높은 먹이생물을 주로 섭식한다고 알려져 있다(Persson and Diehl, 1990). 해삼은 겨울철에 주로 활동하는 저서성 수산생물로, 대체적으로 8-10℃의 수온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수온이 높아지는 여름철 시기에는 하면(夏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im et al., 2012).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 겨울철에 해삼류의 섭식 비율이 높았던 것은 도다리가 저수온기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해삼 류를 많이 섭식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결 론
남해에서 출현하는 도다리(Pleuronichthys cornutus)의 식성을 파악하기 위해 2022년(2월, 4월, 5월, 8월, 11월)과 2023년(1월, 2월, 4월, 7월, 10월)에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과학조사선을 이용하여 총 207개체의 도다리를 채집하였다. 채집된 도다리의 전장(TL)은 14.1-33.9 cm 의 범위를 보였으며, 공복 상태인 107개체를 제외한 100개체의 위내용물을 분석하였다. 도다리의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은 55.5%의 상대중요도지수비(%IRI)를 나타낸 갯지렁이류(Polychaeta)였으며 그 다음으로 중요한 먹이생물은 21.3%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차지한 단각류(Amphipoda)였다. 도다리는 모든 크기군에서 갯지렁 이류를 섭식하여 뚜렷한 먹이전환은 나타내지 않았으며, 성장함에 따라 단각류의 중요도는 감소하였고, 산호충류(Anthozoa)와 해삼류(Holothuroidea)의 중요도는 증가하였다.
또한, 성장에 따라 개체당 평균 먹이생물의 중량이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도다리는 모든 계절에서 갯지렁이류를 섭식하였으며, 특히 봄철과 가을철에 갯지렁이류의 중요도가 가장 높았다. 여름철에는 복족류(Gastropoda)가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이었으며, 겨울철에는 해삼류가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