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선박에 의한 해양사고 원인은 대부분 인적 오류에서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해양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선원 교육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에서는 선박 자체의 조종성능 불량도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1993년 결의 A.751(18)로 선박의 조종성능에 관한 잠정 기준(Interim Standards for Ship Maneuverability)을 초안으로 채택하였고(IMO, 1993), 이후 2002년 결의 MSC137(76)로 선박의 조종성능 기준 (Standards for Ship Maneuverability)을 채택하였다 (IMO, 2002a).
이 기준은 2004년 1월 1일 이후 건조되는 선박 중 길이 100 m (LBP, 수선간장) 이상의 전통적인 추진기와 조타시스템을 탑재한 동력선 혹은 길이에 관계없이 모든 케미컬 탱커와 가스 캐리어에 적용되며(IMO, 2002a), 건조 이후 조종성능 평가를 수행하여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막대한 피해와 더불어 수리 및 개조가 불가피하다.
IMO의 조종성능 기준 결의 채택으로 인해 선박이 가진 고유한 조종성능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으며, 특히, 선박 설계 단계에서부터 조종성능을 추정하는 연구는 여전히 전 세계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이다.
대표적인 연구로는 Kijima et al. (1990;1995;1999;2003)이 모형 시험의 회귀 분석 결과를 수식으로 만들고 수치 계산을 통하여 조종성능을 추정할 수 있는 경험식을 제안한 연구와 Yasukawa H (1991;2002a;2002b)이 운하나 측벽 가까이 항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유체력을 계산하여 항과 거리에 따른 선체의 운동을 추정하는 연구가 있다.
한편, 상술한 바와 같이 조종성능 기준의 적용 대상이 길이 100 m 이상의 선박이기 때문에 그 이하의 선박은 조종성능 평가의 필수 대상이 아니다. 즉, 길이 100 m 미만의 일반 동력선은 조종성능 불량 유무와 관련 없이 운항이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부경대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실습선 백경호(이하 대상선이라 한다)의 조종성능 특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대상선은 길이 85 m로 IMO 조종성능 기준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대상선의 경우, 어선 해기사가 되기 위한 학생들의 실습을 수행하는 선박이자 승선 가능 정원이 160명으로 해상에서 충돌사고 발생 시 큰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종성능 특성의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안전 운항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조선소측에서 수행하였던 대상선의 해상 평가(Sea trial test) 결과와 IMO에서 제시한 조종성능 기준에 대한 수치 계산을 통하여 대상선의 조종성능 특성을 분석하였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충돌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본 조치 중의 하나로 조종성능 특성 지표를 도출하여 제시하였다.
재료 및 방법
IMO 조종성능 기준
선박의 조종성능 기준(Standards for Ship Maneuverability)은 조선자들이 선박을 안전하게 운항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준을 규정한 것이다. 과거, 선박의 조종성능 기준이 규정되지 않았을 시기의 설계자들은 선체에 기본적인 조종 특성의 부재가 있더라도 조선자의 조종 능력에 의존하였다. 결과적으로 일부 선박은 조종성능이 매우 불량하게 건조되어 해양사고와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으로부터 IMO에서는 선체를 일관된 기준에 따라 설계하도록 보장하여 조선자들이 선박의 기본적인 조종 특성 불량으로 인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IMO, 2002b). 2002년 결의 MSC137(76)로 선박의 조종성능 기준을 채택하였다(IMO, 2002a).
IMO 조종성능 평가는 크게 Turning tests, Zig-Zag tests, Stopping tests로 이루어진다. 각각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은 아래와 같으며, 그 기준은 Table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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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urning tests: 시험 속도에서 설계 최대 타각 또는 35° 타각으로 실시하고, 조타 실시 전 선수요는 없어야한다 (Zero yaw rate). 이 평가는 Turning ability를 측정하는 것으로써 조타 실시 후 선박의 종거(Advance), 횡거(Transfer), 전술선회경(Tactical Diameter)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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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Zig-Zag tests: 우현과 좌현 모두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처음 직선 접근에 지정된 양의 타각을 적용(First excute)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원래 방향에서 지정 된 편차에 도달한 후 타를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Second execute). 10°/10°와 20°/20°로 두 가지로 나누어지며, 이 평가는 Yaw-checking ability와 course-keeping ability를 측정하는 것으로써 Overshoot angle과 두 번째 실행까지의 초기 선회 시간과 선수요 저지 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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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topping tests: 이 평가는 Stopping ability를 측정하는 것으로써 선박이 시험 속도로 항주 중 전속 후진 명령이 주어진 순간부터 정지하는 순간까지의 거리를 얻을 수 있다.
침로 안정성 판별식
선체의 운동 중 roll, surge는 무게중심을 통하여 선수미를 지나는 x축 방향의 운동, pitch, sway는 무게중심을 통하여 좌우현을 지나는 y축 방향의 운동, yaw, heave 는 무게중심을 통하는 수직축인 z축 방향의 운동이다.
이 연구에서는 정수면에서의 선체 운동인 surge, sway, yaw만을 다루며, 미소한 교란에 대해서는 surge 운동을 무시하고, 타각이 작은 경우만 고려한다. 이때, 타각 0°에서의 힘과 모멘트에 대한 2원 1계 미분방정식을 식 (1)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Lee, 2005).
여기서, m은 질량, Iz는 관성능률, · (dot)는 미분, ′ (prime)은 무차원화를 나타낸다. 또한, Yυ, Yr 는 각각 수평 속도 성분 v와 각속도 r에 관한 Y의 편도함수를 나타내고, Nυ , Nr 는 각각 v와 r에 관한 N의 편도함수를 나타내며, 안정성 도함수(유체력 미계수)로 불린다.
식 (1)을 v와 r에 관해 풀면, 직선 운동 안정성의 개념을 다루는 2계 미분방정식을 나타낼 수 있으며, 해의 표준 형식은 식 (2)와 같다.
여기서, e=2.178이고, υ2, υ3, r2, r3 는 적분상수이다. 또한, t는 시간이고, σ1, σ2 는 차원이 1/t인 안정성 지수이다.
식 (2)에서 σ1 과 σ2 가 모두 음(-)이면 υ′과 r′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0 (zero)에 접근하게 되며, 이것은 선박이 미소 교란이 지나간 후 새로운 직선 침로 위에서 점차적으로 안정을 되찾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σ1 나 σ2 가 양(+)이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υ′과 r′이 증가하므로, 직선 침로를 찾지 못하고 타각 0°에 고정된 채로 회전 운동을 계속하게 된다(Yim, 1989).
안정성 지수 σ와 안정성 도함수 사이의 관계는 식 (2)를 식 (1)에 대입하면, 두 근 σ1, σ2를 가진 침로 안정성에 대한 판별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식 3).
여기서,
또한, 식 (3)을 분석하면 각 유체력 미계수 값에 따라 침로 안정 여부를 판별할 수 있으나, 실제 모든 선박은 A와 B의 값이 항상 양(+)로 나타나기 때문에 C의 값은 침로 안정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라 볼 수 있다 (Inoue et al., 1981). 즉, C>0 침로 안정, C=0 침로 중립, C<0 침로 불안정으로 판별할 수 있다.
경험식
경험식은 여러 선종의 모형 시험 결과를 회귀 분석하여 수식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식을 이용하면 간단하게 조종 유체력 미계수 값을 도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서론에 기술한 바와 같이 선박 조종성능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들은 대형 상선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어 경험식 또한 대형 상선의 모형 시험 결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Kim (2020)은 잘 알려진 경험식(Kijima et al., 1990)에 어선의 제원을 포함하여, 100 m 미만의 선박에도 적용할 수 있는 보정된 경험식을 제안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Kim (2020)이 제안한 경험식을 사용하며, even keel 조건에서 대표적인 선형 유체력 미계수 값을 도출하는 식은 아래의 식 (4)와 같다.
대상선
대상선은 부경대학교 어업실습선 백경호이며, 어선 해기사의 양성을 위한 실습 목적으로 2020년에 건조되었다. 4,000톤급의 대상선은 트롤어선 선형과 수면상부에 정원 1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선실이 혼합된 형태의 선박으로 안전 운항을 위한 조종성능 특성을 분석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연구에 필요한 주요 제원과 정면도는 Table 2와 Fig. 1과 같다.
해상 평가 결과
대상선은 IMO 조종성능 기준 적용 대상은 아니나, 선박 운항의 안전을 위한 Booklet을 제공하기 위하여 2020년 10월 해상 평가를 수행하였다. 해상 평가는 Turning tests, Zig-Zag tests, Stopping tests와 Transverse thrust tests 등 다양하게 이루어졌으나, 이 연구에서는 필수 항목인 Turning tests, Zig-Zag tests, Stopping tests만 다루기로 한다.
모든 평가는 부산 앞바다 수심 100 m 이상에서 이루어졌으며, 당시 해상 날씨는 평온(fine and clear)하였고, 해면 상태도 WMO code 1로써 잠잠(calm[rippled])하였다. 또한, 풍속은 3~7 m/s (relative wind direction)로 IMO 조종성능 기준에서 권고한 사항을 만족하였다 (Table 3).
결과 및 고찰
Turning tests
대상선의 Turning tests 결과 IMO 조종성능 기준을 여유있게 만족하였다(Table 4, Fig. 2).
다만, 좌 선회경과 우 선회경의 사이에 0.3 L 만큼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것은 바람 등 외력의 영향도 포함된 것이지만, 주요 원인으로는 프로펠러 회전 방향에 따른 횡 압력의 발생으로 볼 수 있다. 대상선은 우회전 (right handed) 프로펠러를 탑재하고 있다(Table 2).
따라서 프로펠러 회전시 횡 방향 배수류(discharging flows)에 대한 반력(reaction forces)의 합력이 프로펠러 회전 반향인 오른쪽으로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우 선회 시 선회를 방해하는 힘으로 나타난 것이다. 반대로 좌 선회시에는 횡 압력이 선회를 돕는 방향으로 나타난다.
10°/10° Zig-Zag tests
대상선의 10°/10° Zig-zag tests 결과는 Table 5, Fig. 3와 같다.
대상선의 속장비 L/V (LBP (m) / Speed (m/s))는 11.1 s 로써 Table 1의 IMO 조종성 기준에 의거 ‘(5+1/2(L/V))°, if L/V is 10s or more’ 구간에 속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대상선 의 1st over shoot angle은 10.55° 이하를 만족하여야 한다. 그러나 계산 결과, 대상선의 1st over shoot angle은 18.1° 로써 IMO 기준을 7.55° 초과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2nd over shoot angle은 ‘(17.5+0.75(L/V))°, if L/V is 10s or more’ 구간에 속하므로, 25.8° 이하를 만족하여야 하고 대상선은 18.4°로 만족함을 확인할 수 있다.
20°/20° Zig-Zag tests
20°/20° Zig-zag tests의 경우에는 1st over shoot angle 이 25° 를 초과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으며, 2nd over shoot angle에 대한 기준은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대상선의 20°/20° Zig-zag tests 결과는 Table 6, Fig. 3과 같다. 대상선의 1st over shoot angle은 23.2°이며, 2nd over shoot angle은 22.1°로 IMO 기준을 만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Table 6, Fig. 4).
침로 안정성 판별
Zig-zag tests 결과 10°/10° tests에서는 1st over shoot angle이 기준을 초과하였고, 20°/20° tests의 경우 기준을 만족하였으나 여유있게 만족하고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상선은 선수요 저지 성능이 뛰어난 선박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식 (3)에 기술한 침로 안정성 판별식을 통하여 대상선의 침로 안정 여부를 확인하였다. 먼저, Kim (2020)의 제시한 식 (4)의 보정된 경험식으로부터 대상선의 주요 조종 유체력 미계수를 도출하였고, 그 값을 계산하여 침로 안정 여부를 판별하였다(Table 7).
계산 결과, 대상선의 침로 안정성 지수 C의 값은 -0.0051로써 침로가 미소하게 불안정한 선박으로 판별 되었다.
Stopping tests
대상선의 Stopping tests 결과는 Table 8, Fig. 5와 같다.
대상선은 7.68 m/s (14.94 kts)의 시험 속력으로 항주 중 전속 후진을 명령했을 때부터 선속이 0 (zero)이 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98초였으며, 전진 거리 630 m, 횡 거리 323 m(좌현 방향) 정지할 때까지의 총 항주 거리 863.5 m (10.16 L)로 IMO 기준에 잘 만족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대상선은 Stopping tests 과정에서 선수가 좌현으로 편향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역시 풍속 등 외력의 영향이 미소하다고 가정하면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이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대상선은 CPP (Controllable pitch propeller)를 탑재하고 있어 전속 후진 과정에서 Pitch 각이 바뀌어도 shaft는 여전히 우회전을 하기 때문에 횡 압력의 작용 방향은 전진 시와 변함이 없이 선수를 좌 편향시킨다. 또한, 속도가 줄어들수록 배수류의 측압 작용(Lateral wash effects of discharging currents)이 점차 강해지는 데, 이는 우회전 FPP (Fixed pitch propeller)와는 반대로 좌현 선미에 작용하기 때문에 횡 압력과 더불어 선수를 더욱 좌 편향시킨다. 그 결과, Fig. 4와 같이 서서히 좌현으로 편향되다가 속도가 0 (zero)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크게 편향하는 것이다.
결 론
선박에 의한 해양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큰 재앙을 가져온다. 그렇기에 조선자들은 상황 발생 시 Engine Full astern을 명령할 것인지 Rudder Hardover를 명령할 것인지에 대한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조선자가 조종하고 있는 선박의 조종성능 특성을 알 필요가 있다. 또한, 해당 선박의 침로가 안정한 상태인지, 불안정한 상태인지에 대한 여부는 연안 항로와 협수로에서 선박 조종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 특성을 충분히 파악한다면 안전 운항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대상선의 조종성능 평가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Turning tests에서 Avg. advance 227 m, Avg. Tac. Dia. 235 m로 IMO 기준을 충분히 만족하였다.
둘째, 10°/10° Zig-Zag tests에서 1st over shoot angle 이 18.1°로써 IMO 기준을 7.55° 초과하였고, 수치 계산 결과 안정성 지수 C의 값이 -0.0051로 나오면서 대상선은 침로 불안정 선박으로 나타났다.
셋째, 20°/20° Zig-Zag tests는 1st over shoot angle 23.2°로써 IMO 기준 25°를 만족하였다. 그러나 이 기준은 다소 느슨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대상선의 침로가 아주 안정하다고는 판단할 수 없다.
넷째, Stopping tests에서는 총 항주 거리 863.5 m로 IMO 기준을 잘 만족하였다. 그러나 횡 방향 이동거리가 좌현쪽으로 323 m로써 Avg. Tac. Dia. 보다 88 m가 길었다. 이를 통해 좌현측 여유 수역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Engine Full astern보다 Rudder Port Hardover가 오히려 사고를 피하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대상선의 기본적인 조종성능 특성을 분석하였다. 대상선의 잦은 입·출항 횟수와 대부분의 실습이 연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선박의 조종성능 특성이 충분히 파악된 안전 운항은 그 무엇보다 최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연구의 결과가 조선자의 안전 운항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향후 연구에서는 IMO에서 제시한 Spiral tests와 Pull-out tests를 실시하여, 대상선의 침로 안정성의 정도 세밀하게 고찰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