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국내에서 고래류 포획은 국제포경위원회(IWC,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의 상업포경 모라토리엄이 시행 된 1986년 이후로 전면 금지되었다. 이후 국립수산과학 원에서 고래류 혼획 저감을 위해 1996년부터 혼획 자료 를 수집해왔으며, 2011년 1월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 에 관한 고시’가 제정된 이후로 좌초 및 표류하는 개체 를 포함하여 보고, 처리, 유통과정이 체계적으로 관리되 어왔다. 고래류 혼획 자료는 자원관리를 위한 기초자료 를 제공하며 이 자료를 이용하여 국내에서는 각 종에 대한 분포, 식성과 같은 생태연구(An et al., 2004;Kim et al., 2004;Choi et al., 2010;Kim et al., 2013)와 함께 혼획 저감을 위한 음향장치, 어구 탈출망과 같은 연구 (Lee et al., 2005;Lee et al., 2021)가 수행되었다. 혼획은 해양포유류 보존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문제로, 종 지속이 불가능한 수준의 사망률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어구에 따라서는 서식지를 쇠퇴시키기도 한다(Hall et al., 2000;Kumar and Deepthi, 2006). 혼획 으로부터 해양포유류를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인 조치로, 미국은 해양포유류보호법(MMPA, Marine Mammal Protection Act)을 시행하고 있는데, 최근 개정을 통해 해양포유류의 사망이나 부상을 유발하는 어업에서 획득 된 수산물과 가공품의 수입을 금지할 예정이다(Sohn et al., 2016). 이에 따른 영향으로 국내의 지속 가능한 어업 을 위하여 고래류를 포함한 해양포유류의 생태 현황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요구되고 있다(Lee et al., 2022).
낫돌고래(Lagenorhynchus obliquidens)는 북태평양의 아한대와 온대해역의 수심이 깊고 온도가 낮은 해역에 서 주로 서식하며 계절에 따라 연안의 대륙붕이나 외해 로 이동하기도 한다(Shirihai et al., 2006;Jeffeerson et al., 2015). 낫돌고래는 우리나라에서 동해안에서만 발 견되는 소형 돌고래로(Kim et al., 2013), 선박을 이용한 목시조사에서는 대부분의 계절에서 관찰되었으나 (Sohn et al., 2012;Lee et al., 2022) 혼획은 주로 겨울에 주로 나타나며(An et al., 2004) 특히 12월에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Lee et al., 2018). 낫돌고래는 주로 표층과 중층에 서식하는 멸치, 꽁치, 전갱이와 같은 작 은 물고기떼나 두족류를 섭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 며(Jeffeerson et al., 2015),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발견되 는 낫돌고래의 주요 먹이생물로는 매오징어, 살오징어 와 같은 두족류와 청어 등으로 보고되었다(Lee et al., 2019). 현재 낫돌고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 색목록에서 ‘최소관심(Least Concern)’ 종으로 구분되어 있고, 국내에서는 혼획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종으로 분류되어 해양수산부가 2023년 2월부터 해양보호생물 로 지정하였다. Kim et al. (2013)과 Lee et al. (2018)은 낫돌고래의 혼획률이 2011년도에서 2017년도까지 계속 증가된 것으로 보고하였다. 고래류의 혼획을 저감하고 보존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보호하고자 하는 고래 와 혼획 시기, 어구, 해역 등 주요 혼획 인자의 구명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낫돌고래가 동해에서 주로 혼획된다는 기존의 혼획 현황 분석(Kim et al., 2013;Lee et al., 2018)에서 추가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연안에 서 혼획된 낫돌고래의 혼획 시기 및 위치, 그리고 생물학 적 특성을 분석하여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낫돌고 래의 혼획 특성을 구명하고 종 보전 및 관리에 기반이 되는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본 연구를 위해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 가 시행된 이래로 전국 해양경찰서에서 발행되는 고래류 유통증명서 및 처리확인서와 수사 기록 자료를 수집했 다. 고래류 유통증명서 및 처리확인서는 폐사한 고래를 최초로 발견한 자가 해양경찰서에 신고하면 수사를 통해 불법포획이 아닌 혼획·좌초·표류로 확인된 고래류에 한 하여 위판 또는 폐기를 위해 해양경찰서에서 발급된다.
수집된 고래류 혼획 자료 중, 본 연구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혼획된 낫돌고래의 1) 어구에 혼획되어 유 통증명서 및 처리확인서가 발급되고, 발급된 서류에 2) 혼획된 고래의 발견장소 정보(위·경도)가 있으며, 3) 체 장 정보가 확인된 자료를 사용하였다. 유통증명서 및 처리확인서의 종 동정 정보는 서류를 발급한 각 지역의 해양경찰서를 직접 방문하여 수사 대장의 채증 사진과 국립수산과학원의 한반도 연안 고래류 도감(NFRDI, 2007)과 대조하여 확인하였다.
낫돌고래의 혼획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연도별, 위치 별, 어구별 혼획량을 추정하였으며, 생태적 특성과의 관 계를 알아보기 위해 낫돌고래의 체장 및 성별과의 관계 도 추정하였다. 낫돌고래의 혼획 위치(위ㆍ경도), 연도, 월, 체장, 성별, 혼획 어구를 변수로 하고 각 변수의 변화 에 따른 혼획량을 통해 주요 혼획 동향을 확인하였으며 각 변수 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변수 간의 상관계수 를 추정하였다. 성별에 따른 혼획량 차이는 카이제곱 테스트(Chi-square test)를 이용하였고 그 외 각 변수에 따른 혼획량 차이는 분산분석(ANOVA)을 실시하였다.
변수 간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변수 간 선형 관계를 확인하였는데, 상관계수(r)는 Pearson 상관계수를 사용 하여 계산했다.
결과 및 고찰
유통증명서와 처리확인서 중 방법 1) ~ 3)의 분석 조건에 적합한 자료는 총 503건이었으며, 각 자료의 특 성은 Table 1에 나타내었다.
한반도에서 낫돌고래의 혼획은 강원도와 경북, 경남, 울산, 부산 등 동해 연안에서만 발생했다. 낫돌고래의 혼획은 우리나라 동해의 가까운 연안, 특히 위도 N 35.5 도의 남쪽 연안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였으며 위도 가 낮을수록 혼획이 증가했다(Fig. 1). 동 결과는 2011~ 2017년간 낫돌고래의 혼획을 처음으로 제시한 Lee et al. (2018)의 결과와 같았다. 그러나 선행 연구에서는 동 해 전반에 걸친 혼획 발생 빈도를 밝혀내고, 어느 해역에 서 혼획의 강도가 높은지 등은 제시하지 않았으나, 본 연구에서는 동해 남부가 주요 혼획 해역임을 밝혀냈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자료의 연도별 낫돌고래 혼획량은 Fig. 2와 같다. 2017년에 140 마리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2016년이 111 마리, 2018년이 94 마리였으며 이후 혼획량이 점차 감소하여 2020년과 2021년에는 50 마리 미만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혼획된 낫돌고 래의 암수 성비는 암컷 31%, 수컷 40% 미분류 29%로 혼획된 낫돌고래에서 수컷의 비율이 높았으나, χ2검정 결과 성별에 따른 혼획량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추정되 었다(p > 0.05).
혼획량을 월별로 분석한 결과 낫돌고래는 12월에 가 장 많이 혼획되었고, 그 다음으로 1월이었으며, 2월에는 1월 혼획량의 절반 이하로 감소하였다. 4월부터는 혼획 이 매우 드물게 발생했고 8~10월에는 낫돌고래의 혼획 이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연도에서 12월의 혼획량 이 가장 많았지만, 변동이 커서 1월의 혼획량보다 낮은 경우도 있었다. 이로 인해 평균은 12월이 높았지만 중간 값(median)은 1월이 12월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이었다 (Fig. 3). 월별 혼획량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분산분석 (ANOVA)을 실시한 결과, 혼획량과 시기(월)간 상관관 계가 유의한 것으로 추정되었다(p < 0.01). 따라서 낫돌 고래는 겨울에서 이른 봄철인 12~3월에 혼획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Lee et al. (2018)도 낫돌고래가 겨울 철에 주로 혼획된다고 하였으나 월별 차이를 분석하지 는 않았다.
어구에 따른 낫돌고래의 혼획 차이는 매우 극명하게 나타났는데, 낫돌고래 혼획의 87%가 자망에서 발생하였 으며, 그 다음이 정치망(6.7%), 통발(4.7%), 트롤(0.8%) 순이었다. 자망의 월별 혼획 동향은 전체 월별 혼획 동향 과 유사하게 12월과 1월에 높은 혼획량을 보였고 이후로 감소했다. 정치망과 통발도 자망에 비해 빈도는 낮았지 만 12월부터 4월까지 혼획이 발생했다(Fig. 4). 어구에 따른 혼획량의 통계분석에서도 자망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이며 혼획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었다(p < 0.001). 해양 수산부 부서별 사전공표자료와 해양수산통계시스템에 있는 조사 기간동안의 동해 연안, 근해 어업의 면허, 허 가수와 낫돌고래 혼획량 비교에서도 자망이 44%, 정치 망이 28%로 자망이 정치망보다 혼획 건수 대비 높은 혼획을 보였다(MOF, 2021;2022a;2022b).
혼획 정보의 항목별 정보 간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항목은 혼획 위치인 위·경도(상관계수 – 0.70)였으며, 다 음으로 체장과 위도(상관계수 0.39), 혼획 시기(월)와 위 도(상관계수 -0.32) 순이었다. 나머지 변수들은 모두 ±0.2 이하의 상관계수를 보였다(Fig. 5). 위도와 경도의 역상관 관계는 한반도 동해 연안의 지형적 특성에 따라 남쪽으로 갈수록 한반도 동해 연안이 동쪽으로 넓어지 기 때문이다(Fig. 1). 위도와 월이 역상관 관계를 보이는 이유는 혼획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 12월이며 (Fig. 3), 낫돌고래의 혼획이 남쪽에서 높은 빈도로 발생 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명확한 구명을 위해 향후 혼획 과 수온 및 해양환경과의 관계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 위도와 체장 의 산점도는 Fig. 6과 같다. 위도 N 36도 이남에서는 150 cm 미만의 작은 개체들이 있었지만 그 이상의 위도 에서는 거의 없었으며, 위도 N 38도 인근에서는 190 cm 이상의 개체들이 대부분이었다. 위도에 따른 성별 체장 간 선형회귀 결과, 수컷, 암컷 및 미분류 모두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본 연구를 통해 낫돌고래는 동해 연안에서 주로 혼획 됨을 확인하였으며, 이는 선행 연구인 Lee et al. (2018) 의 연구 결과와 일치하였으나, 동해 남부 해역에서 혼획 강도가 높았고, 혼획된 낫돌고래의 성별 조성에는 차이 가 없으며, 저위도 해역에서 낫돌고래의 체장이 작은 경 향 등 추가적인 특성을 구명하였다. Selzer and Payne (1988)은 낫돌고래가 주로 나타나는 수온이 12.0°C 이하 라고 하였고 Stacey and Baird (1991)는 6.0-17.0°C 범위 에서 출현한다고 하였다. 겨울철에 나타나는 높은 혼획 빈도와 관련하여, 국립수산과학원 정선해양관측자료를 통해 2016~2021년동안 낫돌고래가 혼획된 범위에 있는 동해 관측정점들의 계절별 평균 표층수온을 확인한 결 과, 가장 높은 혼획률을 보인 겨울의 평균 표층수온은 약 13.7°C로 낫돌고래의 서식분포 수온 범위 내에 속하 였다. 이는 낫돌고래가 수온이 낮은 고위도 외해에서 분포하다가(Jefferson et al., 2015) 계절적 이동으로 혼획 이 증가하는 것임을 제안한 Lee et al. (2018)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수온과 낫돌 고래의 분포와의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구명하기 위해 서는 동해 연안의 수온 변화에 따른 비교 연구가 향후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추가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체장이 작은 낫돌고래들이 큰 개체보다 더 남하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만약 낫돌고 래가 새끼를 돌보기 위해서 남하하는 것이라면 우리나 라 동해 남부가 낫돌고래에게 중요한 양육장일 수 있는 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동해 남부 연안의 암컷 혼획 비율이 높아야 할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위도 N 36도 이하에서 혼획된 낫돌고래의 성비를 계산한 결 과, 실제로 암컷이 39%로 수컷의 36%보다 높았다(미확 인 25%). 그러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는 것으 로 나왔기 때문에(p > 0.05) 이를 확증하기 위해서는 혼획된 개체의 성별 식별을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혼 획 모니터링과 생태학적 조사가 추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동해에 분포하는 주요 소형고래류는 낫돌고래와 함께 참돌고래(Delphinus Delphis)가 있는데 참돌고래 역시 자망어업에 의해 가장 많이 혼획(49%)되고 있다. 또한 밍크고래의 혼획률 역시 자망이 19%를 차지한다(Lee et al., 2018). 따라서 동해에서 혼획을 저감하고 고래류 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망어업에 의한 혼획을 관리하 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자망어업은 동해만 명태자망, 청어저자망, 오징어유자망 등 약 27개 종류가 있으며(NFRDI, 2002), 목표종에 따라 자망의 길이, 재 질, 망목, 설치 수심 등이 다르기 때문에 미 MMPA에서 요구하는 해외어업목록(LOFF, List of Foreign Fisheries) 수준의 세부 어업별 종별 혼획률은 매우 다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고래류 처리확인서에는 이러한 세부 어업정보가 기재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망어업 에 대한 세분화 작업이 불가하였다. 이와같이 동해에서 낫돌고래를 비롯한 고래류의 보존을 위해서는 혼획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자망어업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고래류 처리확인서 등에 혼획어업 에 대한 세부 어업정보 확보를 위한 항목 추가가 필요하 다. 자망어업의 허가 수 및 조업 일수에 따른 상대비교를 통한 혼획 현황을 고려하고, 조업 해역, 대상어종과도 비교하는 연구가 수행되면 낫돌고래가 남하하는 이유와 혼획 저감을 위한 구체적인 수단 마련의 근거가 되는 결과가 도출될 것이다.
결 론
본 연구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의 낫돌고래 혼획 자료를 수집, 분석해 최근 한국 연안의 낫돌고래 혼획 특성을 구명하였다. 연도, 월, 체장, 성별, 위도(N), 경도 (E), 혼획 어구 정보로 구성된 총 503건의 혼획 자료를 분석에 사용하였다. 혼획이 가장 빈번한 해역은 경도 E 130도 이동의 가까운 연안, 특히 위도 N 35.5도 이남 의 연안이었으며 위도가 낮을수록 혼획은 증가했다. 2017년 이후 혼획량이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냈으 며, 혼획되는 낫돌고래의 암수 성비는 암컷 31%, 수컷 40% 미분류 29%로 혼획되는 낫돌고래에서 수컷의 비 율이 가장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p > 0.05). 계절에 따른 혼획 동향 분석에서는 겨울철에 혼획이 주로 발생하고 있으며 혼획량은 월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p < 0.01). 낫돌고래는 자망어 업에 의해서 주로 혼획되고 그 다음으로 정치망에서 많 이 혼획되었는데, 어구에 따른 혼획량의 통계분석에서 도 자망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이며 혼획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었다(p < 0.001). 위도에 따른 체장 조성을 고려했 을 때, 낫돌고래가 동해 남부를 양육장으로 이용할 가능 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나 유의한 수준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며, 향후 세밀한 모니터링과 생태적 조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낫돌고래 혼획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하는 자망어업은 약 27개 종류가 있으므로 효과적인 보 존 관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자망을 더 세부 어업 으로 나누어 혼획 관계를 추정하는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