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는 2002년 선박 조종성 기준안을 최종적으로 승인하였 다. 이에, 전형적인 타와 추진기를 갖춘 LBP(수선간장, 이후 길이라 한다.) 100 m 이상의 선박은 건조 이후 조종성 평가 기준에 합격해야 정상적인 운항이 가능하다 (IMO, 2002). 그러나 길이 100 m 미만의 일반 선종은 조종성 평가 대상이 아니며, 평가 대상의 구분은 대부분이 길이 100 m 미만에 속하는 어선 선종의 조종성 연구에 대한 양적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국내 어선 선종의 조종성에 관한 연구로는 특정한 어선의 실선 시험을 통한 조종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Ahn et al., 2001;An et al., 2005;Kim et al., 2005;2009), 고양력타(Flap rudder)를 이용한 어선의 조종성능 평가 (Ahn et al., 2020), 어선 조종 특성에 관한 연구(Lee et al., 2018), 어선 조종성능을 추정한 연구(Kim, 2020;Kim et al., 2021) 등이 있으나, 여전히 상선 선종에 비하여 부족하다.
최근 몇 년 사이 각 수산계열 대학에서 운용하는 어업 실습선은 대부분 신조선으로 교체되었으며, 이는 과거 의 운용되었던 실습선에 비해 그 크기가 월등히 커지고, 길이가 길어졌으며, 100명 이상의 인원이 승선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한편, 어업실습선을 운용함에 있어 연안 항해, 선위 측정 등 해기사 양성을 위한 실습의 특성상 섬 부근 얕은 수심에서의 항해 혹은 투·양묘 과정이 빈번히 이루어지며, 입·출항 횟수도 잦은 편이다. 이는 충돌, 좌초 등의 해양사고가 대양에서보다 연안에서 자주 발생한다는 점 에서 어업실습선은 해양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사고 발생 시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상기 배경으로부터 저자들은 선박 해양사고 예방의 일환으로 신조 어업실습선들의 얕은 수심에서의 조종성 연구가 필요함을 인지하였고, 이러한 연구들은 실선 시험을 통하여 수행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기에 계산식을 이용하여 추정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연구에서 저자들은 부경대학교 실습선 백경호 (이하 실험선이라 한다)의 실선 시험 결과와 추정 근사 식을 이용하여 추정한 결과를 비교하였고, 그 과정에서 어선 선형의 조종성 추정에 더욱 적합한 보정된 추정 근사식을 도출하여 제안한 바 있다(Kim, 2020).
이 연구에서는 보정된 추정 근사식을 이용하여 실험선의 얕은 수심에서의 조종성을 추정하고, 수심에 따른 조종성능 특성을 분석하였다.
재료 및 방법
수학 모델
운동방정식은 오른손 직교 좌표계를 통하여 도출하였으며, o0-x0y0z0는 지구 고정 좌표계를, o-xyz는 선체의 중앙을 원점 o에 고정시킨 선체 고정 좌표계를 나타낸다(Fig. 1). 여기서, z0는 x0-y0 평면의 연직 하방향을 향하고, z는 x-y 평면의 연직 하방향을 향한 다. 이 좌표계로부터 연구에 필요한 조종 운동방정식을 편각 β와 차원을 없앤 각속도 r′을 이용하여 식 (1)과 같이 나타내었다(Kijima et al., 1990).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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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mx , my : 선체질량, x축 방향 부가질량, y축 방향 부가질량
-
I zz , izz : z축 주위의 질량관성모멘트, z축 주위의 부 가관성모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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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 β, r: 합속도(), 편각, 각속도
-
L, d, 위첨자(′): 길이(LBP), 흘수, 무차원화 기호
또한, 무차원화의 과정은 아래와 같다.
추정 근사식
선박의 조종성을 추정하는 연구는 크게 건조될 선박과 유사하거나 동형의 이미 건조된 선박의 자료를 이용하는 방법, 모형선을 제작하여 시험하는 방법, 건조될 선박의 조종 유체력 미계수 값을 수학식으로 계산하여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추정 의 정확도가 가장 높은 것은 모형선을 제작하여 시험하는 방법이나,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어, 조종성 평가의 대상이 아닌 선박들은 수행 과정이 비교적 간단한 수치 계산을 통한 시뮬레이션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이 연구에서는 추정 근사식(이후 경험식이라 한다)으로부터 실험선의 조종 유체력 미계수 값을 계산하였으며, 연구에 이용된 경험식은 Kijima et al. (1990) 경험식, 보정된 경험식(Kim, 2020) 및 Kijima and Nakiri (2004) 경험식이다.
Kijima et al. (1990) 경험식
이 식은 깊은 수심에서의 선박 조종성 추정에 적합하고, 전통적인 선체 형상을 가진, 특히 전통적인 선미 형상을 가진 선박에 적합하다(Kijima et al., 1990). even keel 상태에서 선체에 작용하는 유체력 중 대표적인 선형 조종 유체력 미계수는 아래의 식 (2)를 통하여 도출할 수 있다.
여기서,
교차 도함수는 등과 같이 간소화
보정된 경험식
순수하게 어선 선형의 제원으로만 수행된 연구 결과로부터 어선 선종의 조종성을 추정할 수 있는 식을 도출 하면 추정의 정도를 훨씬 높일 수 있겠으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설계 단계에서 수행된 어선 선종의 조종성을 추정한 연구 결과는 양적으로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Kijima et al. (1990)의 경험식 도출 과정에 5척의 어선 선종 제원을 포함시켜 보정된 경험식을 도출하였다 (Kim, 2020). even keel 상태에서 선체에 작용하는 유체력 중 대표적인 선형 조종 유체력 미계수를 도출하는 방법은 아래의 식 (3)과 같다.
단, 저자들이 제안한 보정된 경험식 역시 제한된 선미 트롤 어선 선형의 계수로만 구성되었기 때문에 아래에 제시한 선형 범위를 벗어날 경우, 추정 오차를 발생시킬 수 있다.
얕은 수심에서의 Kijima and Nakiri (2004) 경험식
얕은 수심에서의 조종성을 추정하기 위하여 식 (4)와 같이 Kijima and Nakiri (2004)가 제안한 수심과 흘수와의 비(이하 심도비 또는 H/d라 한다) 영향을 고려한 수정 계수가 포함된 경험식을 사용하였으며, 대표적인 선형 조종 유체력 미계수를 도출하는 방법은 식 (5)와 같다.
여기서,
침로 안정성 판별식
선박의 침로 안정 여부는 심도비에 따라 달라지며, 실험선의 조종 유체력 미계수 값을 침로 안정성을 판별 하는 식 (6)에 대입하여 구할 수 있다. 이때 선박의 침로 안정 여부는 안정성 지수 C가 양 (+)의 값이면 안정, 음 (-)의 값이면 불안정하다고 판별한다.
여기서,
실험선
연구에 사용된 실험선은 길이 85.0 m, 너비 15.4 m에 가변 피치 추진기(Controllable Pitch Propeller; CPP)를 탑재하고 있으며, 주요 제원과 정면도는 아래의 Table 1과 Fig. 2와 같다.
조종성 추정 조건
기본적으로 IMO에서 선박의 조종성을 평가하기 위한 조건은 아래와 같으며(IMO, resolution MSC.137[76]), 외력은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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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unrestricted 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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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m environment;
-
full load (summer load line draught), even keel condition; and
-
steady approach at the test speed.
1번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IMO 조종성 평가는 제한되지 않은 깊은 수심에서 이루어지며, 얕은 수심에서 의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실험선의 안전운항을 위한 조종 특성 매뉴얼(maneuvering booklet)을 마련하고자, 깊은 수심에서 수행하였던 실선 시험의 결과와 유사한 조건으로 설정하였고, 이는 기본 적으로 IMO 조종성 평가 조건을 따른다.
실험선의 조종 유체력 미계수 수치 계산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기 위한 조건은 아래의 Table 2와 같다.
결과 및 고찰
조종 유체력 미계수 도출
저자들은 지난 연구에서 실험선에 대한 보정된 경험 식의 유효성을 검증하였다. 아래의 Fig. 3은 지난 연구에서 수행하였던 Turning test, 10°/10° Z-test의 실선 시험과 보정된 경험식의 결과를 비교한 것을 나타내고 있다 (Kim et al., 2021).
상기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 연구에서는 보정된 경험식으로부터 도출한 실험선의 조종 유체력 미계수 값을 이용하여 얕은 수심에서의 조종성 추정 연구를 수행하였다.
아래의 Table 3과 Fig. 4는 실험선의 깊은 수심에서의 조종 유체력 미계수 값에 수정 계수를 적용한 심도비에 따른 조종 유체력 미계수 값을 나타내고 있다. Fig. 4와 같이, 심도비가 작아질수록(수심이 얕아질수록) 와 의 값은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내며, 심도비 1.5 이후부터는 그 전과 비교하여 증가 폭이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는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내나, 와 값과 마찬가지로 심도비 1.5 이후부터는 그 전과 비교하여 감소 폭이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의 값은 심도비 1.5까지 는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내다가,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 결과로부터 실험선의 심도비에 따른 각각의 선형 조종 유체력 미계수 값의 경향은 다르나, 심도비 1.5 이후부터 그 값이 크게 변화함을 확인하였다.
여기서, 실험선의 심도비를 수심으로 나타내면 심도비 1.5는 약 8.0 m, 1.2는 약 6.4 m이다.
침로 안정성 여부 판별
Table 3에 나타낸 값을 바탕으로 실험선의 심도비에 따른 침로 안정성 지수 C를 판별한 결과, 깊은 수심에서부터 심도비 1.5까지는 침로 안정성의 정도가 미소하게 불안정해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그러나 심도비 1.5 직후 급격히 안정되는 경향을 나타냈고, 심도비 1.3 부근에서는 침로 안정성 지수 C가 음 (-)의 값에서 양 (+)의 값으로 바뀌면서 급격히 안정됨을 확인할 수 있다(Fig. 5).
이 결과로부터 실험선은 약 8 m 이하의 수심을 가진 해역을 항행할 경우, 침로 안정성의 정도가 급격히 바뀌 면서 조종 특성이 완전히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박은 얕은 수심을 항행하는 경우, 천수 효과(Shallow effects)로 인하여 마찰에 의한 선체 저항은 커지고, 타효가 줄어드는 등 조종 운동에 미치는 외력의 영향은 더욱 복잡해진다.
±40°Turning test
선회 종거의 경우, 깊은 수심에서 이루어진 실선 시험 결과 대비, 심도비 1.5에서는 평균 0.1 L (8.5 m) 만큼 증가하였고, 1.2에서는 0.7 L (59.5 m) 만큼 증가하였다. 전술 선회 반경의 경우, 심도비 1.5에서는 평균 1.2 L (102 m) 만큼 증가하였으며, 1.2에서는 2.6 L (221 m)만 큼 증가하였다(Table 4, Fig. 6).
이 결과로부터 깊은 수심에서 얕은 수심으로 갈수록 선회경은 커지며, 특이점으로는 선회 종거의 증가 폭보다 전술 선회 반경의 증가 폭이 훨씬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의미는 흘수 대비 수심이 얕아짐에 따라 실험선의 선회 반경이 같은 비율로 커지는 것이 아니라, 전방 대비 측방으로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여러 가지 외력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볼 수 있으나, 크게는 선박이 선회를 시작함에 따라 발생하는 저항 의 증가와 속력의 감소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즉, 타압의 모멘트는 감소하는 반면, 선회 저항의 모멘트는 급증하면서 회두 각속도가 떨어지는 것이다(Yoon, 2019).
10°/10°Z-test
깊은 수심에서 이루어진 실선 시험 결과 대비, 심도비 1.5에서는 First over shoot angle이 13.7°로 4.4° 감소하였고, Second over shoot angle은 9.4°로 9.0° 감소하였다. 또한, 심도비 1.2에서는 First over shoot angle은 4.3° 로 13.8° 감소하였고, Second over shoot angle은 4.9°로 13.5° 감소하였다(Table 5).
이 결과 역시 Turning test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천수 영향에 따른 여러 가지 외력의 복합적인 영향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심도비 1.5 부근에서 조종 유체력 미계수 값이 크게 변함에 따라 타압 모멘트는 감소하는 반면, 선회 저항 모멘트가 증가하여 회두 각속도가 떨어지면서 선회곡선이 완만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Fig. 7).
결 론
각 수산계열 대학에서 운용 중인 신조 어업실습선들의 조종 특성은 건조 직후 수행된 시운전 결과표(the result of the sea trial test)에 제시되어 있지만, 이는 IMO 조종성 기준에 의거 깊은 수심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얕은 수심에서의 실습과 입·출항이 빈번한 어업실습선의 운항 특성상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저자들은 신조 어업실습선 중 하나 인 부경대학교 백경호를 대상으로 얕은 수심에서의 조 종 특성을 추정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였고, 결과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침로 안정 여부의 경우, 실험선은 수심 약 8 m 부근에서 조종 유체력 미계수가 값이 크게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수심 약 7 m 부근에서 침로 안정의 정도가 불안정에서 안정으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침로의 안정성 여부만으로 조종 특성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침로가 안정해진다는 것은 보침이 유리해진다는 것이며, 변침이 자주 필요한 협수로 및 항 부근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둘째, Turning test의 경우, 심도비 1.5 부근에서 조종 유체력 미계수 값이 크게 변함에 따라 선회경이 증가하였으며, 선회 종거의 증가 폭보다 전술 선회 반경의 증가 폭이 월등하였다. 이 결과로부터 실험선이 얕은 수심에서 선회를 할 경우, 전방으로보다 현측으로 더욱 넓은 수역을 필요로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10°/10° Z-test의 경우, 심도비 1.5까지는 First over shoot angle은 깊은 수심에서의 실선 시험 결과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지만, Second over shoot angle은 큰 차이를 나타냈다. 심도비가 1.2가 되면서 Over shoot angle 값은 이전 두 단계의 수심에 비하여 확연히 작아 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상기한 모든 과정은 깊은 수심과 얕은 수심 모두에서 동일한 속력로 진입하였다고 가정하여 수행한 연구의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입·출항 등 얕은 수심을 항행할 때의 선박 속력은 제한되지 않은 수역을 항행할 때보다 극히 저속이다. 이 연구는 깊은 수심에서 수행되 었던 실험선의 조종성 평가 결과를 기준, 단순히 수심의 변화가 이루어졌을 때 달라지는 조종 특성을 추정하고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에, 속력의 변화가 발생하면 조종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하여야 할 것이다.
추후 연구에서는 수심뿐만 아니라, 선속의 변화를 포함하여 실험선의 조종 특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그 결과는 실험선이 안전운항을 할 수 있도록 조종 성능 특성 지표를 마련하여 선박 해양사고 발생을 예방 할 뿐만 아니라, 어선 선형의 조종성 연구에 있어 질적· 양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