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해양생물은 동일 종끼리 개체군을 형성할지라도 다양한 외부 요인에 의해 형태와 유전적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연구하기 위해 계측형질 분석, 표지방류법, 유전학적 분석 등을 주로 사용한다(Yeon et al., 2008). 유전학적 분석은 종의 유전자 흐름(gene flow)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분석 방법 중 하나이며(Hamm and Burton, 2000), 특히, 장기간의 부유유생기를 통해 넓게 분산하는 생활사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게류의 경우 유전 학적 분석을 통해 이들의 개체군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McMillen-Jackson and Bert, 2004).
장기간의 부유유생기는 종의 유전자 흐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개체군 연결성(population connectivity)이 강해져 유전적 고립을 방지한다(Puebla et al., 2008). 반 면, 성체는 번식을 통해 유전자 풀(gene pool)을 공유하 고 일정한 유전자 조성을 나타내는 계군을 형성한다 (Zhang, 2010). 이처럼 상호작용이 각 종마다 다르기 때문에 지역집단 간의 유전자 풀을 비교 분석하여 종의 계군을 파악하는 것은 종에 대한 적절한 자원관리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된다(Begg et al., 1999).
현재 해양생물의 계군 분석은 주로 mitochondrial DNA (mtDNA)를 사용하여 분석하고 있으며(Hwang et al., 1997;Liu and Cordes, 2004;Zheng et al., 2015), 어류의 경우 cyt b, control region, COI영역 등 다양한 영역을 사용하여 계군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Park and Kim, 2022). 하지만 갑각류에 대한 유전학적 연구는 주로 소수의 상업종에 대한 연구만이 존재하며, 현재까지 꽃게(Yeon et al., 2008;Lee et al., 2013), 대게(Kang et al., 2013) 그리고 대하(Hwang et al., 1997;Sung et al., 2007)에 그치고 있다.
깨다시꽃게는 우리나라 서해, 남해, 제주 그리고 동해 연안까지 출현하며(Hong et al., 2006), 100 m 미만의 수심까지도 출현하지만 대체로 수심이 얕은 연안 해역에 서식 하는 종이다(Kamei, 1976;Sasaki and Kawasaki, 1980;Takahashi and Kawaguchi, 2001). 중국에서는 높은 어획 량을 나타내는 상업종이며(Wang et al., 2011), 자원관리를 위해 유전적 개체군 구조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Zheng et al., 2015). 상업 게류의 계군별 관리 단위를 설 정하고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유전학적인 연구가 수반되어야 하지만(Ma et al., 2015) 국내의 경우 상업 게류에 대한 유전학적 개체군 연구는 소수 종만이 연구되어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상업적 가치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깨다시꽃게의 자원관리를 위해 이들의 주 서식지인 동해, 서해, 남해 그리고 이어도(동중국해)에 서식하는 개체의 mtDNA COI 영역을 분석하였으며, 중국의 선행 연구(Zheng et al., 2015)와 함께 비교하여 국내 깨다시꽃게의 유전적 다양성과 개체군 구조를 밝히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시료 채집
깨다시꽃게 시료는 2021년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과학 조사선(탐구20,21,22호)을 이용하여 채집하였으며, 해역별로 동해(East Sea, ES), 서해(Yellow Sea, YS), 남해 (South Sea, SS) 그리고 이어도(Ieodo, ID)의 총 4개의 해역으로 구분하였다(Fig. 1).
Genomic DNA 추출 및 분석
분석을 위한 시료는 각 해역별로 30개체 이상을 채집 하였다(Table 1). 시료의 근육조직은 유영지(swimming leg)의 저절(coxa) 근육 부분을 99% 에탄올에 고정하여 사용하였다. Genomic DNA는 에탄올에 고정한 근육 시료를 GeneAll® Exgene TM Clinic SV DNA extraction kit (GeneAll Biotechnology Co. Ltd., Korea)의 절차에 따라 추출하였고 4°C에 보관하였다. mtDNA COI 영역의 증 폭은 Zheng et al. (2015)의 L1491 (5'-TTTCTACAA ATCATAAAGACATTGG-3')와 Folmer et al. (1994)의 H2198 (5'-TAAACTTCAGGGTGACCAAAAAATCA -3') primer를 이용하여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으로 증폭하였다.
PCR을 수행하기 위해 AccuPower® PCR Premix에 4 ㎕의 Genomic DNA를 첨가하고 전체 용량이 20 ㎕가 될 때까지 3차 증류수를 추가하여 혼합물을 제작하였다. 이후 Thermal cycler (Bio-Rad C1000 TM , USA)를 이용하여 PCR을 최종 수행하였으며, 조건은 다음과 같다: Initial denaturation 94°C 3분, PCR reaction 39 cycles (Denaturation 94°C 1분, Annealing 50°C 1분, Extension 72°C 1분), Final extension 72°C 10분.
증폭 완료 후 1.5% Agarose gel에 PCR 산물을 주입하고 전기영동장치(Submarine electrophoresis system; Takara Bio Inc. Mupid-2plus, Japan)에서 25분 동안 100 voltage로 전기영동을 실시하였으며, Gel documentation system (Nippon genetics, Japan) 하에서 전기영동 시킨 gel의 밴드를 최종 확인하였다. 염기서열은 ABI 3730XL DNA Analyzer (Applied Biosystems Inc., USA)에서 ABI BigDye TM Terminator Cycle Sequencing Ready Reaction Kit v 3.1를 이용하여 분석하였고 조건은 다음과 같다: PCR reaction 35 cycles (Denaturation 94°C 10 초, Annealing 56°C 10초, Extension 60°C 3분).
자료 분석
염기서열은 BioEdit version 7 (Hall, 1999)의 Clustal W (Thompson et al., 1994)를 이용하여 다중 정렬하였다. 염기서열 간의 유전적 거리는 MEGA 11 (Tamura et al., 2021)의 Kimura-2-parameter model (Kimura, 1980)을 이용하여 계산하였고 Neighbor-Joining (NJ)방법으로 1,000 번의 boostrap을 실시하여 염기서열의 유사도에 따라 Phylogenetic tree로 나타내어 해역별 개체들의 유연관계를 파악하였다. 국내 종 간의 Clade 구분을 위해 NCBI Genebank에 등록된 중국산 깨다시꽃게의 염기서열을 Clade 별로 각각 10개씩 사용하였다(Table 2)
모든 집단유전학적 분석은 Arlequin 3.5.2.2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은 유전자형 다양도(haplotype diversity, h)와 염기 다양도(nucleotide diversity, π)로 파악하였고 다양성의 패턴이 선택적 중립성(selective neutrality)과 개체군 평형성(population equilibrium)을 따르는지 평가하기 위해 Fu's Fs 값(Fu, 1997)과 Tajima's D 값(Tajima, 1989)을 이용하였다. 해역별 집단 간의 유전적 차이는 Pairwise FST 값(Slatkin and Hudson, 1991)으로 계산하였고 10,000번의 random permutation을 수행하여 유의성 검정을 실시하였으며, 유전적 분화의 통계적인 유의성 검정은 Markov chain 방법으로 10,000번의 Exact test를 실시하였다. Historic demographic expansion은 Mismatch distribution 분석을 실시하여 Sudden expansion model (Rogers and Harpending, 1992)로 검증하였으며, Haplotype network는 Popart version 1.7로 시각화하였다.
결 과
mtDNA 분석
각 해역별 깨다시꽃게 mtDNA COI 영역의 염기서열은 총 587 bp로 증폭되었고 이 중 71개의 염기가 치환 (substitution) 되었으며, 삽입(insertion)과 결실(indel)은 나타나지 않았다.
분석된 유전자형(Haplotype, Hap)은 총 78개였고 Hap2는 14개로 모든 해역에서 출현하여 최우점(11%)하 였다. Neighbor-Joining (NJ) tree 결과에서 국내 깨다시 꽃게는 2개(A, B)의 Clade로 나뉘는 경향을 보였고 Clade A와 B 사이의 유전적 거리는 0.17-2.27%로 평균 1.11%였다. 각각의 Clade 별 유전적 거리는 Clade A가 0-1.56%로 평균 0.74%였고 B가 0-1.91%로 평균 0.77% 였다. 중국산 깨다시꽃게와 국내 깨다시꽃게 사이의 유전적 거리는 Clade A에서 0.51-1.56%, Clade B에서 0.17-1.38%로 나타났다(Fig. 2).
해역별 유전적 분화도와 다양성
집단 간 유전적 분화의 정도를 나타내는 Pairwise FST 값 은 모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p>0.05)(Table 3). mtDNA의 유전자형 다양성(haplotype diversity, h)은 ES 에서 0.991로 가장 높았고 SS에서 0.956로 가장 낮았으며, 염기 다양성 (nucleotide diversity, π)은 ID에서 0.008로 가장 높았고 YS에서 0.006로 가장 낮았다(Table 4).
집단통계학적 분석
해역별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 패턴을 평가하기 위해 중립성 검정(neutrality test)을 실시하였고 Tajima’s D와 Fu’s Fs 값은 모두 유의한 음의 값을 나타났다(Table 5). 개체군의 팽창 연대 매개변수(expansion age parameter) 인 τ값은 SS에서 4.48로 가장 컸고 ES가 2.88로 가장 낮았다. 해역별 깨다시꽃게의 팽창 전 돌연변이 매개변수 θ0와 팽창 후 돌연변이 매개변수 θ1 간의 차이는 모든 해역에서 컸고 특히, SS를 제외한 모든 해역에서 2,000 이상의 큰 차이가 나타났다. 모든 해역 집단의 mismatch distribution은 단봉형 분포(unimodal distribution)를 나타냈다(Fig. 3).
해역별 유전자형의 분포 및 구조
해역별 유전자형(haplotype)의 분포는 각각의 유전자 형을 Clade A와 B로 그룹화하여 지도상에 나타냈다. 유 전자형의 분포 비율은 ES, YS, SS 그리고 ID가 각각 52:48, 58:42, 41:59, 58:42로 나타났으며, SS를 제외한 모든 해역에서 Clade A가 우점하였지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Fig. 4).
유전자형 네트워크(haplotype network) 결과에서 깨 다시꽃게의 유전자형은 거대 유전자형(Hap2, Hap16, Hap25, Hap52)을 기준으로 별 모양으로 분지되어 나가는 형태였으며, 해역별로 지리적 분화가 발생하지는 않았다(Fig. 5).
고 찰
깨다시꽃게는 30일 이상의 부유유생기 이후 성체가 되면서 유영지가 발달하는 종으로 높은 이동성을 나타 낸다(Zheng et al., 2015). 유생은 크기가 작고 유영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해류와 조석과 같은 다양한 환경요인의 영향을 받아 분산되며, 분산의 정도는 서식지의 환경 요인과 유생기의 기간에 따라 결정된다(Weersing and Toonen, 2009). 유전자 흐름은 성체의 서식지로부터 유생이 분산되어 이동하는 거리만큼 발생하며, 이를 연구 하는 것은 종의 개체군 연결성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 료가 된다(Cowen and Sponaugle, 2009;Hellberg, 2009;Carbonell et al., 2021).
국내 깨다시꽃게의 유전자형은 Clade A와 B로 나뉘는 경향성은 나타났지만 COI영역의 분석만으로는 분화의 정도를 뚜렷하게 파악하기 어려웠으며, Clade 내의 유전 적 거리의 평균이 각각 0.74와 0.77%로 좁게 나타났기 때문에 추후 control region, cytochrome b (cyt b)분석 등으로 정확한 종내의 유전자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집단의 분화 정도는 Pairwise FST 값이 0.01-0.15 범위면 보통의 분화를, 0.15 이상은 높은 분화가 나타나 는 것으로 판단하지만(Wright, 1978), 결과에서 해역별 깨다시꽃게의 유전적 차이는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아 뚜렷한 분화가 발생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처럼 뚜렷한 유전적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깨다시꽃게가 30일 이상의 부유유생기를 거치고 성체가 되면서 유영지가 발달하여 높은 이동성을 나타내는 종이 기 때문일 수 있으며, 따라서 서로 다른 개체군 간의 번식과 이주가 발생하여 유전적 교환이 활발히 이루어져 높은 유전자 흐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Hedgecock, 1986;Suppapan et al., 2023).
Zheng et al. (2015)의 선행연구에서도 깨다시꽃게는 Clade가 2개로 나뉘는 유사한 경향성을 나타냈지만, Pairwise FST 값이 서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아 본 연구의 결과와 일치하였다. 따라서 깨다시꽃게는 성 체와 유생 간의 개체군 연결성이 강하고 집단 간의 유전 적 균질화가 발생되는 종이며(Zheng et al., 2015), 유생 기에 동중국해에서 우리나라 서해 연안을 따라 유입되는 난류인 한국연안류와 서해에서 중국 연안을 따라 동중국 해로 유입되는 한류인 중국연안류(Ichikawa and Beardsley, 2002) 등의 영향을 받아 활발한 유전자 흐름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깨다시꽃게의 유전자형 다양성(h)과 염기 다양성(π) 은 전 해역에서 0.9 이상과 0.006-0.008의 값을 나타냈는 데 이러한 높은 유전자형 다양성과 낮은 염기 다양성을 갖는 종은 과거 개체군에 유전적 병목현상이 발생한 이후 개체군의 크기가 빠르게 확장되는 sudden expansion을 겪은 종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Grant and Bowen, 1998). 통상 갑각류의 mtDNA COI 영역의 돌연변이율은 100만년당 1.66-2.60% 범위로 알려져 있다(Wares and Cunningham, 2001). 이 돌연변이율과 이번 연구결과의 τ값을 Rogers and Harpending (1992)의 팽창 연대 계산식에 대입하였을 때, 깨다시꽃게 개체군은 가장 최근의 빙하기가 있었던 시기에 팽창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자형의 분포와 네트워크의 결과에서 깨다시꽃게는 해역별로 뚜렷한 지리적 분화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이는 긴 부유유생기를 보내는 깨다시꽃게가 해류와 조석같은 다양한 해양학적 요인에 의해 먼 곳까지 분산되어 성체로 성장하며, 이후 유영지가 발달하여 또다시 이동하는 생활사를 보내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깨다시꽃게는 중국에 서식 하는 개체군과 마찬가지로 강한 유전자 흐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COI 영역의 분석 결과에서 뚜렷한 분화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추후 정확한 종내의 유전 적 계군을 파악하기 위해 control region, cytochrome b (cyt b)분석을 실시하고 나아가 microsatellite DNA (msDNA) 또는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 분석으로 최근의 유전적 흐름을 파악하여 분화에 대한 가능성을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결 론
본 연구는 깨다시꽃게의 mtDNA COI 영역을 분석하여 계군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계군별 관리단위를 설정 하기 위한 기초자료로서 활용되고자 수행되었다. 결과 에서 국내 깨다시꽃게의 Clade는 2개로 분리되었고 Clade 간 mtDNA COI 영역의 유전적 거리는 0.17-2.08%로 차이를 보였지만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p>0.05). 또한, 해역간 유전자형의 분포와 네트워크의 결과에서도 지리적 분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깨다시꽃게가 유생기에 약 한 달의 기간을 부유유 생기로 보내고 해류에 의해 장기간 분산되며, 성장하면 서 유영지의 발달 및 이동성의 증가로 인해 유전자 흐름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우리나라 동해, 서해, 남해 그리고 동중국해(이어도)에 서식하는 개체들의 mtDNA COI 영역 분석 결과에서는 뚜렷한 종내 분화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추후 본 종에 대한 최근의 유전자 흐름과 정확한 유전적 분화를 파악하기 위해 추가적인 분석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