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점망둑 (Chaenogobius annularis)은 우리나라 전 연안, 훗카이도 이남 연안의 바위와 암벽으로 이루어진 조간대의 돌 틈에 주로 분포하며, 이들을 포함한 망둑어과 (Gobiidae) 어류는 전 세계적으로 212속 1,875종이 보고 되었는데 그 중 27속 59종이 한국에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Kim et al., 2005). 또한 점망둑 치어는 수심이 얕은 연안에 출현하며 (Shoji and Tanaka, 2002; Lee et al., 2011), 본 연구가 이루어진 지역처럼 잘피를 비롯한 해초가 자생하는 지역에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Kim and Gwak, 2006; Lee et al., 2011). 해초가 자생하는 지역은 자치어에게 은신처와 먹이를 제공하는 역할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Sudo et al., 1987; Kudoh et al., 1999; Shoji et al., 2007).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집단유전과 발달과정에 대한 연구 (Shotaro et al., 2012), 성숙기 난모세포에서의 호르몬에 관한 연구 (Baek, 2008), 성성숙과 산란에 관한 연구 (Baek et al., 1985), 점망둑 자치어기 형태에 관한 연구 (Kim, 1975), 서식환경에 관한 연구 (Hwang et al., 2012) 등과 같은 생태학적인 연구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식성에 관한 연구로는 서해에 서식하는 점망둑 성어의 식성 (Kim, 2004)에 관한 연구를 찾아 볼 수 있었으나, 점망둑치어 식성에 관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점망둑은 수산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낮은 비상업성 어종이지만, 연안 생태계에서 종종 상업성 어종의 먹이생물이 되기도 하며 연안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생태 연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Takagi, 1996; Sudo and Kajihara, 2008).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점망둑 치어의 소화관 내용물을 이용한 먹이생물 조성, 섭식전략, 성장에 따른 먹이생물 변화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러한 자료는 생태적 지위와 생태계의 기능적 측면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Huh and Kwak, 1998).
재료 및 방법
연구에 사용된 점망둑 치어의 시료는 2011년 5월에서 6월까지 매월 경남 거제시 남부 연안 (34°70′N, 128°59′E), 수심 약 2~3 m 지역에서 RN80 네트 (망구 80 cm, 망목 330 ㎛)를 이용하여 표층 약 1 m 수심에서 5분씩 3회 예인하였다 (Fig. 1). 채집된 시료는 현장에서 5% 중성 포르말린으로 고정하여 실험실로 운반하였으며, 각 개체의 척색장 (notochord length, NL)은 0.1 cm, 입 크기는 0.01 cm 크기까지 측정하였다. 이후, 현미경 아래에서 소화관 전체를 분리한 뒤, 소화관 내용물은 70% 젖산으로 이물질을 제거한 후 분석하였다.
소화관 내용물은 가능한 종 수준까지 동정 (Yoo et al., 1991; Isamu, 1996; Seo, 2010; Jang, 2010)하였으며, 요각류의 경우 전체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제 5흉지, 후체부, 촉각 등을 자세히 관찰하였다. 동정한 먹이생물은 종류별로 크기 (가로, 세로)를 측정하고 개체수를 계수하 였으며, 이후 부피 계산식 (Tetsuya et al., 2007)을 참고하여 부피를 계산하였다. 소화관 내용물 분석 결과는 각 먹이생물의 출현빈도 (%F), 개체수비 (%N) 그리고 부피비 (%V)로 나타내었으며, 다음 식을 이용하여 구하였다.
식 (1)에서 Ai는 위내용물 중 해당 먹이생물이 발견된 점망둑 치어의 개체수이고, N은 먹이를 섭식한 점망둑 치어의 총 개체수이다. 식 (2)와 식 (3)에서 Ni와 Vi는 해당 먹이생물의 개체수와 부피, Ntotal과 Vtotal은 전체 먹이 개체수와 부피이다. 먹이생물의 상대중요성지수 (index of relative importance, IRI)는 Pinkas et al. (1971) 의 식 (4)를 이용하여 구하였다.
상대중요성지수는 백분율로 환산하여 상대중요성지수비 (%IRI)로 나타내었다.
점망둑 치어의 먹이중요도, 섭식전략, 섭식폭은도해적방법을 사용하여 식 (5)를 나타내었다 (Amundsen et al., 1996). 이 방법은 출현빈도 (%F)에 대하여 특정먹이 생물우점도 (prey–specific abundance)를 도식화함으로써 나타내며, 특정먹이생물우점도 (prey–specific abundance) 는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다.
여기서, Pi는 먹이생물 i의 특정먹이생물우점도 (prey–specific abundance), Si는 소화관 내용물 중 먹이생물 i의 부피, Sti는 먹이생물 i를 섭식한 개체의 소화관 내용물 중 전체 먹이생물 부피이다.
척색장별 먹이조성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하여 작은 척색장군 (small size group : 0.3~1.0 cm)과 큰 척색장군 (large size group : 1.1~1.8 cm)으로 구분하여 먹이조성을 알아보았다.
결과 및 고찰
채집된 점망둑은 총 281개체였으며, 척색장 (notochord length, NL)은 0.3~1.8 cm이었다. 그 중 척색장 0.7 cm에서 57개체가 나타나 가장 많은 개체가 채집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월별 채집 개체수는 5월 253개체, 6월 28개체가 나타났으며, 채집된 개체들의 척색장 분포는 5월 0.3~1.1 cm, 6월 0.7~1.8 cm였다 (Fig. 2). 채집된 점망둑의 척색장 분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척색장이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내었다.
본 연구에 사용된 점망둑 총 281개체의 소화관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 소화관 내용물이 발견되지 않은 공복상태의 개체는 31개체로 11.0%의 공복율을 보였다. 소화관 내용물이 발견된 250개체의 먹이생물을 분석한 결과, 출현빈도 (%F) 68.4%, 개체수비 (%N) 44.1%, 부피비 (%V) 52.9%, 상대중요성비 (%IRI) 61.6%를 보인 요각류 (Copepoda)가 점망둑의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갈고리노벌레목(Harpacticoida)이 출현빈도 62.8%, 개체수비 36.8%, 부피비 36.7%를 차지하여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이었다. 요각류 다음으로 중요한 먹이생물은 만각류(Cirripedia) Cypris 유생으로 출현빈도 44.4%, 개체수비 34.4%, 부피비 42.5%, 상대중요성비 31.7%를 나타내었다. 그 외 먹이생물을 상대중요성비로 알아본 결과, 유종섬모충류 (Tintinnids)가 6.5%, 단각류 (Amphipoda)가 0.2%로 나타나 중요도가 낮은 먹이생물이었다 (Table 1).
해산어 자치어 식성을 비롯하여 (e.g. Robert et al., 2008; Sassa, 2010; Mauricio et al., 2011), 많은 해산 망둑어류에 관한 연구 (e.g. Lee and Huh, 1989; Choi et al., 1996; Kim and Noh, 1997; Huh and Kwak, 1998; Kim, 2000)에 따르면 요각류는 많은 어류의 소형 개체에게 우점 먹이생물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으며, 점망둑과 같은 최대 크기가 작은 망둑어류인 날개망둑 (Favonigobius gymnauchen) 역시 소형 개체에서 요각류가 중요한 먹이 생물이었다 (Huh and Kwak, 1998). 본 연구에서도 요각류는 중요도가 높은 먹이생물로 나타나 이전 연구들과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점망둑은 요각류 중에서도 갈고 리노벌레목이 가장 우점한 먹이생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점망둑이 갈고리노벌레목을 많이 섭식한 것은 갈고리노벌레목이 주로 연안의 저층에 많이 분포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Coull, 1988). 점망둑을 비롯한 같은 망둑어과에 속하는 어류인 풀망둑 (Synechogobius hastus) (Choi et al., 1996)은 부화 후 초기에 부유 생활을 한 뒤 성장함에 따라 흡반이 발달하여 저서생활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 대상 어종인 점망둑 역시 성장하면서 흡반이 발달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경향으로 보아, 점망둑은 저서생활을 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저서생활을 하면서 저층에 많이 분포하는 갈고리노벌레목을 주로 섭식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점망둑의 먹이생물 중 만각류 Cypris 유생은 두번째로 중요한 먹이생물이었다. 이 역시 점망둑을 채집한 늦봄과 초여름에 남해에서 만각류 Cypris 유생이 높은 출현율 (Cha and Park, 2000; Moon et al., 2010)을 보이는 것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점망둑의 소화관 내용물 전체에 대해 도해적방법을 이용하여 살펴본 결과에 의하면 (Fig. 3) 요각류가 출현빈도 68.4%, 특정먹이생물우점도 64.6%를 차지하여 점망둑의 가장 우점한 먹이생물이었으며, 만각류는 출현빈도 44.4%, 특정먹이생물우점도 58.3%를 보여 우점도는 높았지만 출현빈도는 비교적 낮았다. 그 외 먹이생물은 출현빈도와 특정먹이생물우점도가 매우 낮은 소수 먹이생물이었다.
출현빈도에 대한 특정먹이생물우점도 그래프 상에 나타내는 방법은 Amundsen et al. (1996)에 의해 제안되었으며, 많은 연구에서 어류의 섭식형태 및 섭식전략을 분석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먹이생물종 (또는 분류군)이 그래프에서 상부에 위치할수록 우점 먹이생물이며, 좁은 섭식폭을 가진 섭식특화종임을 나타낸다. 어류의 섭식전략에서 섭식특화종은 좁은 섭식폭을 가지는 반면, 섭식일반종은 넓은 섭식폭을 가진다 (Pianka, 1988). 따라서 점망둑은 요각류를 주로 섭식하는 specialist predetor이었다.
또한 점망둑의 척색장에 따른 먹이생물조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작은 척색장군과 큰 척색장군으로 구분하여 소화관 내용물을 조사하였다 (Fig. 4). 그 결과, 두 척색장군 모두에서 갈고리노벌레목이 각각 46.9%, 53.1%로 우점하였으며, 그 다음으로 만각류 Cypris 유생이 두 척색장군 모두에서 각각 38.8%, 34.5%로 우점하였다. 그 외 단각류는 작은 척색장군에서 0.1% 이하로 작게 나타났으며, 큰 척색장군에서 2.6%를 나타내었다. 유종섬모충류는 작은 척색장군에서 13.0%, 큰 척색장군에서 0.1% 이하로 작게 나타났다. 그 결과, 두 척색장군 모두에서 요각류인 갈고리노벌레목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 모든 척색장군에서 갈고리노벌레목을 주로 섭식하였고, 큰 척색장군에서 갈고리노벌레목의 비율이 더 높은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서해연안에 서식하는 점망둑의 경우에서는 전 크기군에서 옆새우류(Gammaridea)가 우점하였지만 (Kim, 2004), 본 연구결과와 마찬가지로 크기군간 주먹이생물의 우점도가 증가하는 경향은 보였지만 뚜렷한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 론
2011년 5월에서 6월에 거제 연안에서 RN80으로 채집된 점망둑 (Chaenogobius annularis) 치어 281개체의 소환관 내용물 조성을 조사하였다. 점망둑의 척색장은 0.3~1.8 cm의 범위를 보였으며, 요각류 (Copepoda)가 가장 우점한 먹이생물이었다. 요각류 다음으로는 만각류 (Cirripedia) Cypris유생이 우점하였으며, 그 외 유종섬모충류 (Tintinnids), 단각류(Amphipoda) 등도 섭식하였으나 그 양은 많지 않았다. 점망둑 치어의 섭식전략과 섭식패턴을 알아보기 위하여 도해적방법을 이용한 결과, 요각류가 출현빈도와 특정먹이생물우점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점망둑이 요각류를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점망둑은 모든 척색장군에서 요각류 중 갈고리노벌레목이 가장 우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