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잘피 (Zostera marina)는 연안 및 하구 생태계에서 많 은 해양생물들의 먹이원, 서식처 및 산란장, 성육장, 오 염물 정화 등의 생태적 기능을 제공하므로 연안 생태계 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Hemminga and Duarte, 2000). 또한, 잘피는 해저퇴적물을 안정화 시켜 연안의 퇴적물 침식을 감소시키고, 하구로부터 과 도하게 유입되는 무기영양염류나 오염물질을 흡수 ‧ 제 거하여 연안의 부영양화를 감소시키는 뛰어난 생태계 정화능력을 가지고 있다 (Short and Short, 1984; Green and Short, 2003; Larkum et al., 2006). 최근에는 연안 이나 하구 생태계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부영양화 현상을 조기에 예측하는 효과적인 지표종 (indicator)으 로도 사용되고 있다 (Lee et al., 2004). 따라서 잘피 서 식지는 하구 및 연안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 로 평가되고 있다 (Kim et al., 2008).
잘피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해초와 잘피에 관한 연구 를 살펴보면, 일본 Tomioka Bay (Kikuchi, 1966)와 미 국 Chesapeake Bay (Orth and Heck, 1980) 해초지의 어 류 군집, 미국 Damariscotta River 잘피밭과 잘피가 서 식하지 않는 인근의 해역의 어류 군집 비교 연구 (Mattila et al., 1999), 오스트레일리아 Cockle Bay 해초 지의 어류와 십각류 군집 (Kwak and Klumpp, 2004) 그 리고 잘피의 소실로 인한 어류 군집 구조의 변동에 관 한 연구 (Pihl et al., 2006) 등이 있다.
국내의 잘피밭 어류 군집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Push net을 이용한 충무 한실포 잘피밭 어류 군집 (Huh, 1986), Small beam trawl을 이용한 제주도 함덕 연안 잘피밭 어류의 종조성과 계절변동 (Go and Cho, 1997)이 있다. 그리고 광양만 잘피밭의 생물상과 어류 의 섭식 생태 (Huh and Kwak, 1997a, b, c, 1998a, b), 남해 안골만 (Lee et al., 2000) 그리고 여수 제도리 (Lim, 2010) 잘피밭에 서식하는 어류의 종조성과 계절 변동, 양적변동 등에 관한 연구가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수행된 잘피밭 어류에 관한 대부 분의 연구들은 beam trawl과 같은 한 가지 어구를 이용 해 왔다. 하지만 잘피밭은 연안 환경 중에서도 복잡하 고 다양한 형태의 서식 공간이 있으며, 그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생물도 다양한 습성과 생존 전략을 가지도록 진화하였다 (An and Huh, 2002). 따라서 잘피밭 서식 어류에 있어서 beam trawl 외에도 다양한 어구를 이용 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에 잘피밭 훼손을 최 소화하고 다양한 어류의 채집이 용이한 사각통발을 이 용한 어류의 종조성 및 양적변동을 조사하였다.
이 연구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연안의 잘피밭과 주변해역의 어류 종조 성 및 양적변동을 연구함으로써 훌륭한 자원적 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최근 인위적 교란으로 인해 감소하고 있는 잘피밭 (Short and Willie–Echeverria, 1996)의 가 치를 재인식하고, 외해에 위치한 잘피밭에 서식하는 어 류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이 연구는 2009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전라남도 여수시 거문도 연안의 주변해역 (St. 1)과 잘피밭 연안 (St. 2)의 총 2개의 정점을 선정하여 매월 1회씩 어획물 을 조사하였다 (Fig. 1).
조사해역의 정점별 환경 특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T–S meter (Hydrobios, type MC5)를 사용하여 수온과 염분 을 매월 측정하였고, 어획물의 채집은 정점별로 사각통 발 (Fig. 2) 10개를 이용하여 실시하였으며, 채집된 어 획물은 실험실로 운반한 후 종별 개체수와 생체량을 측 정하여 종 조성 및 목록을 작성하였다.
어획한 종의 동정은 Masuda et al. (1984) 및 Nakabo et al. (1993)에 따랐으며, 분류체계 및 학명은 Nelson (2006)에 따랐다.
어류군집의 분석을 위해 조사지점별 우점도 지수 (DI; McNaughton, 1967)를 포함하여 종 다양도 지수 (H'; Shannon and Weaver, 1963), 균등도 지수 (E; Pielou, 1966) 및 종 풍부도 지수 (RI; Margalef, 1958) 를 분석하였으며, 조사지점별 출현하는 어류군집의 유 사도 분석은 Primer 5.0 program (Clarke and Warwick, 1994)을 이용하여 수행하였다.
종다양성지수 :
우점도지수 :
종균등도지수 : J = Hʹ/1n (S) (Pielou, 1966)
결 과
월별 수온 분포는 8월에 28.6℃로 가장 높았고, 1월 에 11.3℃로 연중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월별 염분변 화는 외해연안의 특성상 육수의 유입이 적기 때문에 조 사기간 중 큰 변화 없이 10월 32.5psu에서 7월 34.5psu 사이로 나타났다 (Fig. 3).
정점별 특성은 정점 1 (St. 1)은 사니질로 되어 있었 으며, 정점 2 (St. 2)는 잘피밭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이 연구를 시작한 2009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어획된 어류는 총 5목 17과 26종이었다. 이들 중 농어 목 (Perciformes) 어류가 9과 11종으로 가장 많이 나타 났고, 다음으로 쏨뱅이목 (Scorpaeniformes)이 3과 8종, 복어목 (Tetraodontiformes)이 3과 5종 순으로 나타났 다. 이들 3개 목에 포함된 어류가 총 24종으로 연구기 간 동안 출현한 종수의 92.31%를 차지하였고, 메기목 (Siluriformes)과 숭어목 (Mugiliformes)은 1종씩 출현하 였다 (Table 1).
가장 다양한 종이 출현한 과는 양볼락과 (Scorpaenidae) 로 5종이 출현하였고, 다음으로 놀래기과 (Labridae)가 3종, 쥐노래미과 (Hexagrammidae), 쥐치과 (Monacanthidae), 참복과 (Tetraodontidae)가 각 2종씩 출현하였으며, 쏠 종개과 (Plotosidae), 숭어과 (Mugilidae), 둑중개과 (Cottidae), 농어과 (Moromidae), 바리과 (Serranidae), 동갈돔과 (Apofonidae), 보리멸과 (Sillaginidae), 도미과 (Sparidae), 황줄깜정이과 (Kyphosidae), 망상어과 (Embiotocidae), 자리돔과 (Pomacentridae), 거북복과 (Labridae)가 각각 1종씩 출현하였다.
1정점
정점 1은 잘피가 없고, 저질이 사니질로 되어 있는 곳으로 채집된 어류는 4목, 14과, 19종으로 총 290개체 가 출현하였다. 자리돔 (Chromis notata)은 107개체로 잘피밭 주변해역 출현량의 37.28%를 차지하여 가장 우점한 종으로 나타났고, 다음으로는 망상어 (Ditrema temminckii) 99개체, 34.49%, 조피볼락 (Sebastes schlegelii)이 20개체, 6.97%, 노래미 (Hexagrammos agrammus)가 11개체, 3.83%, 감성돔 (Acanthopagrus schlegeli)과 황놀래기 (Pseudolabrus sieboldi)가 각 9개체, 3.14%, 미역치 (Hypodytes rubripinnis)가 8개체 2.79%, 그물코쥐치 (Rudarius ercodes)가 6개체, 2.09%를 차지 하였다.
월별 출현 종수 및 개체수를 비교하면, 10월에 8종 121개체가 출현하여 정점1에서 연구기간 중 가장 많은 종과 개체가 출현하여 42.16%를 차지하였다. 9월에 2 종 14개체가 출현하여 가장 적은 종이 출현하였고, 5월 에 5종 6개체가 출현하여 가장 적은 개체가 출현하였다 (Table 2).
2정점
정점 2는 잘피밭으로 형성되어 있는 곳으로 채집된 어류는 5목 13과 19종으로 총 413개체가 출현하였다. 그 중 망상어가 293개체로 전체 출현량의 70.94%를 차 지하여 가장 우점한 종으로 나타났고, 다음으로는 쏠종 개 (Plotosus lineatus)가 41개체로 9.93%, 조피볼락이 25개체로 6.30%, 노래미가 10개체로 2.42%를 차지하 였다.
월별 출현 종수 및 개체수를 비교하면, 2월에 5종 105개체가 출현하여 정점2에서 연구기간 중 가장 많은 개체가 출현하였고, 8월에 7종 42개체로 가장 많은 종 이 출현하였다. 2월과 8월에 출현한 개체가 잘피밭 연 안에서 출현한 전 개체의 36.32%를 차지하였으며, 7월 에 4종 10개체로 연구기간 중 가장 적은 종과 개체가 출현하여 2.42%를 차지하였다 (Table 3).
주요 어종의 출현 빈도
주요 어종의 출현빈도를 알아본 결과, 연중 출현한 어 종은 망상어 1종이었으며, 특정 계절에 출현한 어종의 경우 봄 (3~5월)에 숭어 (Mugil cephalus), 여름 (6~8월) 에 줄도화돔 (Apogon semilineatus), 거북복 (Ostracion immaculatus), 가을 (9~11월)에 자리돔 (Chromis notatus), 용치놀래기 (Halichoeres poecilopterus), 쥐치 (Stephanolepis cirrhifer), 졸복 (Takifugu paradalis), 겨울 (12~2월)에 황해볼락 (Sebastes koreanus), 불볼락 (Sebastes thompsoni), 가시망둑 (Pseudblennius cottoides)이 출현 하였다.
생태학적 지수
St.1 의 월별 군집구조는 다양도 지수가 9월과 1월에 0.257로 가장 낮았고, 5월에 1.561로 가장 높았다. 풍부 도 지수는 9월과 1월에 0.379으로 가장 낮았고, 5월에 2.232으로 가장 높았다. 균등도 지수는 10월에 0.260으 로 가장 낮았고, 5월에 0.970으로 가장 높았다. 우점도 지수는 5월에 0.500으로 가장 낮았고, 9월에 1.000으로 가장 높았다 (Fig. 4).
St.2 의 월별 군집구조는 다양도 지수가 2월에 0.295 으로 가장 낮았고, 5월에 1.673로 가장 높았다. 풍부도 지수는 2월에 0.860으로 가장 낮았고, 5월에 2.085로 가장 높았다. 균등도 지수는 2월에 0.183로 가장 낮았 고, 5월에 0.934으로 가장 높았다. 우점도 지수는 5월에 0.545로 가장 낮았고, 9월에 0.965로 가장 높았다 (Fig. 5) (Table 4).
월별 출현종 유사도
정점 1의 월별유사도는 4그룹으로 나타났고, 4월과 6 월에 80~90으로 가장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는 1월과 9월, 그리고 2월과 12월이 유사하게 나타났다 (Fig. 6).
정점 2의 월별유사도는 4그룹으로 나타났고, 4월과 6 월에 90~100으로 가장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는 8월과 11월, 2월과 9월이 60~70으로 유사하게 나타 났다 (Fig. 7).
고 찰
이 연구는 외해에 위치한 잘피밭 해역과 잘피가 없는 인근해역의 어류상을 비교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되 었고, 총 26종이 채집되었다. 국내 다른 해역의 잘피밭 어류상 조사에 이용된 어구 및 채집 종수와 비교해보 면, 이번 연구 지역인 거문도 잘피밭에서는 19종이 채 집되었고, 충무 한실포 잘피밭과 거제도 지세포만 잘피 밭에서는 push net를 이용하여 정점별 35종과 34종이 채집되었으며 (Huh, 1986; Kim and Gwak, 2006), 제주 도 함덕 연안 잘피밭에서는 beam trawl를 이용하여 58 종이 채집되었다 (Go and Cho, 1997). 또한, 앵강만 잘 피밭에서는 beam trawl에 의해 채집된 어류는 43종, 원 형통발에 의해 채집된 어류는 18종으로 채집되었다. 따 라서 본 연구는 다른 잘피밭에서 수행된 선행연구에서 출현한 종수에 비하여 적었지만, 앵강만에서 수행된 원 형통발을 이용한 연구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이는 채집방법에 의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 해역 중 잘피밭에서만 출현한 어류를 살펴보 면 숭어, 볼락, 쥐노래미, 가시망둑, 줄도화돔, 놀래기, 쥐치, 졸복이었고, 잘피밭이 없는 연안해역에서 출현한 어류는 황해볼락, 불볼락, 능성어, 자리돔, 용치놀래기, 거북복 등이었다. 잘피밭에서만 채집된 가시망둑은 잘 피밭에 머무는 동안 다른 어종들이 잘 섭이하지 않는 어류와 같은 비교적 큰 먹이생물을 자신의 민첩한 행동 과 큰 입을 이용하여 섭이하는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잘피밭 환경에서 우점하고 있었다고 판단된다 (Huh and Kwak, 1998b).
거문도 연안 잘피밭 (St. 2)에서 채집된 어류와 인근 잘피밭이 없는 연안해역 (St. 1)에서 채집된 어류를 비 교해 보면 잘피밭에서 채집된 어류는 19종, 413개체, 16,110.6g이었으며 (Table 3), 잘피밭이 없는 연안 해역 에서 채집된 어류는 19종, 290개체, 12,961.5g이었다 (Table 2). 따라서 잘피밭에서 채집된 어류의 채집 개체 수, 생체량이 잘피가 없는 연안해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잘피밭의 무성한 해초 숲이 어류의 보 호지 역할을 하고 있어 어류가 모이기 때문으로 판단된 다. 국외에서 실시된 해초지와 해초가 없는 연안해역 간의 어류 군집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해초지에서 출현 종수와 출현량이 높다는 보고와 일치하였다 (Orth and Heck, 1980; Mattila et al., 1999).
남해 앵강만 잘피밭에 서식하는 어류의 종조성 및 계 절변동 (Hwang, 2007)의 연구에 따르면 잘피밭에서 beam trawl과 통발에 의해 채집된 어류의 종수, 개체수, 생체량을 비교해 보면 통발에 의해 채집된 어류의 종 수, 개체수, 생체량 모두 beam trawl에 의해 채집된 어 류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도 다 른 해역 잘피밭에서 push net과 beam trawl에 의해 채 집된 어종수에 비해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는 통발어구가 beam trawl에 비해 채집 어종에 대한 선 택성이 강한 어구로 생각된다.
결 론
이번 연구는 비교적 외해에 속하는 거문도 연안 잘피 밭과 잘피가 없는 연안해역의 어류 종조성과 양적변동 을 파악하여 두 지역의 환경차이에 따른 어종의 차이를 비교 분석한 결과 두 지역의 어종의 차이가 있음을 확 인 할 수 있었다.
많은 어류의 산란장, 성육장 및 보호지로 이용되는 잘피밭이 있는 해역에서의 어류의 출현량이 더 높았고, 잘피가 없는 해역보다 군집분석 결과에서도 우점도를 제외한 종 다양도, 풍부도, 균등도 지수도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산자원은 환경변화에 따라 증가 및 감소하는 경향이 있음을 고려할 때 효율적이고 정확한 연구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해양환 경의 변화 및 자원상태를 파악하고, 다른 어구를 이용 한 추가적인 연구와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자 원회복 및 관리에 노력을 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